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를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이틀간 9개 국가 정상들과 회동하며 숨 가쁜 외교 무대 데뷔전을 마쳤다. 이 대통령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관심과 지원을 당부하는가 하면 각 국가에 걸맞은 대화 소재를 꺼내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일정 이틀 차인 17일(현지 시간) 7개 국가 정상 및 유엔 수장과 연이어 회담을 진행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시작으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유럽연합(EU) 지도부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등과 순차적으로 회동했다. 전날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에 이어 이틀간 총 9개국 정상을 만나 협력 관계를 논의한 것이다.
룰라 대통령과의 회담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어려움과 정치적인 핍박을 이겨내고 결국 승리했다는 두 사람의 공통점을 언급하면서 룰라 대통령과 교감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소년공 시절 프레스기에 눌려 팔을 다친 이야기를 하자 룰라 대통령은 “몇 살 때 일이냐”며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룰라 대통령이 브라질이 의장국인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30)에 이 대통령을 초청하자 이 대통령도 “기후 문제는 중요하다”고 말하며 초청에 감사를 표하고 가능하면 참석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양국 정상 간 유대감은 모디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이어졌다. 모디 총리는 25년 전 한국을 방문한 기억을 꺼냈고 이 대통령은 “인도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방위산업 분야와 문화 협력에서도 두 국가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미래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모디 총리는 2000년 전 가야의 김수로왕과 혼인한 인도 아유타야 출신 허황옥 공주와 그의 성씨인 김해 허씨를 언급하면서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전했다. 이번 G7 정상회의 주최국인 캐나다의 카니 총리와도 안보·방산·에너지 분야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 대통령이 취임 10일여 만에 주요국 정상을 만나 친분을 쌓으며 6개월간 공백 상태였던 한국의 정상외교가 완전히 복원됐다”며 “거의 모든 양자 회담에서 무역·투자·통상·공급망 등 실질적 협력을 진전시키는 방향에 대한 논의를 통해 국익을 기초한 실용 외교의 첫걸음을 뗀 성과가 있다”고 자평했다.
이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김혜경 여사는 캐나다 캘거리 한인회관에서 대중을 상대로 첫 간담회를 진행했다. 전날 이 대통령과 함께 환영 리셉션과 만찬에 참석한 김 여사는 연노란색 치마와 녹색 저고리 차림으로 등장해 외빈들의 사진 촬영 요청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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