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와 네이버 등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중심으로 노조 리스크가 심화되고 있다. ‘황금기’로 불렸던 코로나19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임금·복지 등에서 처우가 어려워지자 연대해 대응하는 모습이다.
19일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통합 노조 ‘크루유니언’은 카카오VX 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밟으려는 준비에 들어갔다. 현재 카카오 계열사 11곳 중 임단협이 결렬된 곳은 카카오VX 뿐이다. 앞서 크루유니언은 카카오모빌리티와의 임단협 협상이 결렬되면서 이달 11일 첫 파업에 나섰다. 다만 노사간 잠정 합의에 이르면서 18일 예정돼있던 4시간 부분 파업을 철회했다.
넥슨의 개발 자회사인 네오플 노조 또한 사측의 성과급 제도 변경에 항의하며 이달 파업을 예고했다. 네오플 노조는 이달 24일 서울에서, 25일 제주 본사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3일간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 네오플 노조는 지난해 회사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흥행에 힘입어 역대 최대 매출(1조 3783억 원)을 기록했으나, 신규개발 성과급(GI)은 임의로 축소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네이버가 최인혁 전 최고경영자(COO)의 복귀를 반대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글과컴퓨터(030520) 역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노조 설립 후 첫 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그간 상대적으로 유순하다는 평을 받던 IT 노조가 달라졌다고 분석한다. 그간 IT 업계는 임금이 높고 복지가 좋은 회사들이 많아 노조가 활동할 일이 적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IT 거품’이 꺼지면서 구조조정·연봉 동결 등 상황이 악화되자 처우 개선을 위해 뭉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 노조는 이달 11일 네이버 노조가 개최한 최 전 COO의 복귀 반대 2차 시위에 참여했다. 카카오와 네이버 노조가 연대해 실제 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동시에 업계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심화되는 노조 리스크에도 영향이 있을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법정 정년 연장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 등 친노조 성향의 대선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스타트업 성향을 띄던 IT 기업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노조의 힘이 세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면서도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선두 기업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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