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경영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두고 올해도 격론을 이어갔다. 경영계가 경기 악화와 영세 사업자의 임금 지급 여력을 고려해 차등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면 최저임금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차별 임금이라고 맞섰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한 노사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 6차 전원회의에서 팽팽히 부딪혔다. 매년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심의기구다.
사용자 측 운영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산업 현장의 최저임금 수용성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현 최저임금 수준도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일부 업종부터라도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차등 적용 근거를 설명하기 위해 이날 ‘최저임금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2001년 1865원에서 지난해 9860원으로 428.7% 상승했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73.7%)의 5.8배, 명목임금 상승률(166.6%)의 2.6배다.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이 일률적으로 적용돼 수용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정 최저임금액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은 숙박·음식점업이 33.9%다. 반면 금융·보험업은 4.6%, 제조업은 3.9%로 상대적으로 낮다. 경영계가 음식점업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배경이다.
반면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역·연령·국가·성별·이주노동자로 확산하는 ‘차별의 연쇄화’를 제도화하자는 것”이라고 경영계를 비판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최저임금제도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차등 업종이 저임금 업종이라는 낙인 효과를 일으키고 행정적으로도 차등 업종 관리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차등 적용은 매년 최저임금 심의 때마다 쟁점으로 떠올랐다. 차등 적용은 법적으로 가능해 최저임금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에만 한번 이뤄졌다. 이후 올해까지 38년 동안 최저임금은 단일 적용됐다.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2017년 전문가기구인 최저임금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는 차등 적용이 불가하다고 결론냈다. 반면 윤석열 정부에서 구성된 최저임금 제도 개선위원회는 노사 합의가 이뤄진다면 차등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는 차등 적용을 결국 투표를 통해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최저임금위는 노사 합의가 불발돼 투표를 했다. 투표 결과 차등 적용은 반대 15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차등 적용은 노사 찬반이 명확한 탓에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차등 적용 문제가 마무리되면 노사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심의에 돌입한다. 최저임금은 노사가 최초요구안을 제출하고 요구안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노동계는 올해 최초요구안으로 14.7% 인상안을 제안했다. 지난해 27.8% 인상안 대비 절반 수준이지만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고율의 인상안을 꺼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계는 5년 연속 동결안을 최초요구안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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