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강세가 뚜렷한 신차 시장과는 대조적인 상황으로 ‘경기 불황에는 경차가 잘 팔린다’는 공식이 중고차 시장에서 맞아떨어지는 모습이다.
20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경차들이 지난달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량 ‘톱 3’를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팔린 국산 중고차는 기아(000270) 모닝으로 3497대로 집계됐다. 쉐보레 스파크(3189대)와 기아 뉴레이(2709대)가 그 뒤를 이었다. 기아 레이도 2043대가 팔려 8위에 이름을 올렸다. 모닝과 스파크·레이의 5월까지 올해 판매량은 각각 5만 648대, 2만 9394대, 2만 4947대로 중고차 시장에서 각각 2위, 6위, 7위를 차지했다.
경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매물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국내 최대 직영 중고차 플랫폼을 운영하는 케이카가 올 1분기 자사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월 경차의 판매 기간은 22일로 1월(28일)보다 6일 단축됐다. 판매 기간은 중고차가 매물로 등록된 후 차량 매각까지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쉐보레 더뉴스파크의 판매 기간은 14일로 1월(36일)보다 22일 줄었다. 현대자동차의 캐스퍼도 같은 기간 21일에서 9일로 단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차와 달리 중형차(40→36일), 준중형차(33→29일), 소형차(43→49일) 등 중간급 차량은 오히려 판매 기간이 늘거나 다소 정체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신차 시장에서는 경차가 판매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신차 시장에서 경차 판매량은 5626대로 지난해 동월보다 37.4% 급감했다. 국산 경차 중 판매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모델은 1개도 없었고 레이가 3846대 팔려 11위를 기록했다. 신차 시장에서는 현대차(005380) 팰리세이드(8124대)와 기아 쏘렌토(7957대), 카니발(7908대) 등 SUV를 비롯한 패밀리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 수요가 높은 것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 경향이 짙어진 결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경차는 저렴한 유지비와 세금 혜택을 갖추고 있다”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과 세컨카를 찾는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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