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투자자들에게 ‘변동성’이라는 단어는 ‘손실’을 연상시킨다.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 자체를 위험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수익은 변동성에서 발생한다. 문제는 변동성의 방향이 아니라 대응이다. 우리 인간은 동일한 수익보다 손실에 대해 2~3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즉 수익을 얻는 것 보다 손실 입는 것을 더욱 더 싫어 하는 이른바 ‘손실회피 성향’을 갖고 있다. 시장이 하락할 때 부정적 뉴스만 찾고 이를 정당화하며 손실을 확정한다.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게다가 최근의 하락을 미래까지 연장하려는 심리가 작동한다. 주가가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최근성 편향’이다. 이러한 인간의 행동 편향 본능을 넘어서야 비로서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장기적인 연금 투자자들이 행동 편향을 이겨내고 변동성을 활용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적립식 투자로 알려진 정기적 분할 매수 전략이 있다. 동일한 금액을 정기적으로 자산을 매수함으로써 가격이 하락 할 때 더 많은 수량을 사고 가격이 상승할 때 덜 사게 된다. 시장의 단기적 변동성을 무시하고 장기적인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개인형 퇴직연금(IRP)이나 연금저축 계좌에서 매월 일정 금액씩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상장지수펀드(ETF)나 타겟데이트펀드(TDF)를 매수하는 식이다. 초보 투자자에게 유용한 자동화 전략으로 주식을 사거나 파는 시기를 판단하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자산군의 비중이 일정 기준 이상 벗어 났을 때 원래의 목표 비중으로 되돌리는 리밸런싱 전략도 있다. 예를 들어 연금 계좌의 자산배분을 주식과 채권 5대5로 정했다고 하자. 주가가 급락해 4대6으로 채권의 비중이 높아지면 추가 자금 등으로 주식을 더 매수해서 5대5로 비중을 다시 맞추는 식이다. 반대로 주가가 급등해 6대4가 된다면 주식을 매도하고 채권을 매수해 원래 비중대로 맞춘다. 이렇게 하면 자동으로 저가 매수, 고가 매도가 이뤄져 장기 복리 효과를 개선한다. 시장 예측 없이 기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리스크 관리 효과가 탁월한 장점이 있다.
변동성이 확대 될 때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는 전략도 있다. 예를 들어 시장이 과도하게 하락한 시점을 ‘비정상적 기회 구간’으로 간주하고 주식의 매수 비중을 확대하는 식이다. 이는 장기적인 자산배분 틀 위에서만 실행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행동 편향을 역행하는 공격적인 전략으로서 심리적 실행의 장벽이 높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과도한 낙폭 이후 반등 확률이 높아 장기적인 투자 성과를 올리는 데 효과적이다. 워렌 버핏은 “변동성은 조급한 자의 돈을 인내하는 자에게 옮겨주는 장치”라고 했다.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때 막연히 두려워하기 보다는 이를 활용하는 적극적인 투자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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