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식점들이 경기 둔화에 따른 매출 감소를 가격 인상으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은 가격에 고객이 줄면 점포 유지비는 더 불어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2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소비 환경 변화에 따른 소호 업종 점검’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소는 하나카드의 2019~2025년 신용·체크카드 결제 데이터를 통해 경영 형태 변화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일반 음식점의 카드 결제 승인 건수는 2022~2024년 전년 대비 연평균 2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당 결제 금액은 같은 기간 38.2%나 증가했다. 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린 덕에 전체 카드 결제 승인액은 6.5% 늘었다.
경기 불황에 고객이 줄자 단가를 크게 끌어올려 인상해 매출 하락을 막은 것이다. 일반 음식점뿐만 아니라 △커피 전문점(29.6%) △제과점(21.9%) △치킨 전문점(20.0%) 등도 제품 가격을 높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높은 가격에 음식점을 외면하는 고객이 줄면 점주의 영업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소는 “저출생과 외식 감소라는 부정적 환경 아래 가격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높은 가격이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 간 실적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저출산 충격에 노출된 육아 관련 업종도 가격을 끌어올려 매출을 방어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후조리원의 경우 연평균 승인 건수는 16.8% 줄어든 와중에 건당 승인 금액은 23.6% 증가했다. 전체 승인 건수는 감소했지만 단가가 올라 승인 총액은 연평균 2.9% 늘었다. 산후조리원 외에 소아과와 입시 보습학원, 아동 유아복 판매점에도 유사한 경영 패턴이 나타났다. 연구소는 “시장 위축과 가격 인상에 따른 출생아 수 감소가 사업체 감소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점포 접근성과 육아비가 상승하면서 육아 부담 확대, 저출생으로 다시 연결되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소는 세대별 소비 특성도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산 시기가 늦어지면서 입시학원의 50대 매출 비중은 2019년 18.7%에서 2024년 26.9%까지 커졌다. 은퇴 이후 재취업 수요가 늘면서 기술·전문 훈련학원의 50대 매출 비중 역시 2019년 26.5%에서 2024년 32.6%로 높아졌다. 20대의 경우 소비는 변화가 빠르다는 특징을 보였다. 20대 사이에서 셀프사진관, 코인노래방 등 인기가 줄면서 사진관은 2024년부터 성장이 둔화했고 회복세를 보이던 노래방도 2024년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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