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연체율이 20%를 웃도는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경영 개선 요구를 했다. 올 3월 경영 개선 권고를 한 데 이어 3달 만에 한 단계 높은 조치를 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본격화할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적기 시정 조치를 의결했다.
적기 시정 조치는 금융사의 건전성이 감독 기준에 미달할 때 당국이 내리는 조치로 크게 권고·요구·명령으로 나뉜다. 상상인플러스는 경영 개선 요구를 받았다. 권고 단계에서는 부실자산 처분과 자본금 증액, 배당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지며 요구에서는 위험자산 보유 제한, 자산 처분 등을 해야만 한다. 저축은행에 경영 개선 요구가 내려진 것은 2018년 우리저축은행 이후 상상인플러스가 처음이다.
상상인플러스는 3월 말 현재 연체율이 21.3%로 업계 평균(9%)의 두 배 이상이다. 상상인플러스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경영실태평가에서 종합등급 4등급을 받기도 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상상인플러스는 대손상각이든 매각이든 부실 사업장을 빨리 정리해 연체율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상인플러스 측은 이에 대해 “9월에는 금융 당국의 요구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소송 관련 충당부채를 빼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0% 이상"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상상인플러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매각 이외에 답이 없다고 보고 있다. 대주주인 상상인을 통해 증자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2023년 상상인그룹에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지분을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OK저축은행이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경영 개선 요구를 받는 상황에서는 선뜻 나설 곳이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수자 입장에서는 시간이 자기편이기 때문에 굳이 미리 나설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 안팎에서는 시중은행이 추가로 저축은행을 인수해 시장 안정에 기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아이디어가 흘러나온다. 금융 당국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계의 고위 관계자는 “iM뱅크 같은 은행들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당국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융 당국은 이날 유니온저축은행에 대해 적기 시정 조치를 유예하기로 했다. 유니온저축은행은 경·공매와 매각을 통해 부실 PF 자산을 대거 정리해 재무 건전성을 크게 개선했다는 것이 금융위의 판단이다. 금융위는 “올해 3월 말 재무제표 기준으로 추가 경영실태평가 대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예금자 이탈 같은 시장 동요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저축은행의 PF성 대출 연체율은 18.8%나 된다. 한은은 “지방 부동산 시장이 부진을 이어가는 상황”이라며 “지방을 중심으로 추가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걱정보다는 시장이 차분한 상황”이라며 “과거에 비해 예금자 보호에 대한 인식도 많이 확산돼 다행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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