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 성분을 이용해 만든 SK케미칼(285130) ‘기넥신’, 유유제약(000220) ‘타나민’ 등이 국민건강보험 적용에서 제외될 위기에 놓였다. 스위스 보건당국이 은행잎 제제에 대한 급여 삭제에 대해 공식 검토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우리나라 보건당국이 급여 정책에 참고하는 약가참조국(A8) 중 하나다. 만약 스위스가 은행잎 제제에 대한 보험 혜택을 없애거나 축소한다면 국내 당국도 관련 규정에 따라 건보 적용 범위나 대상을 줄일 수 있다. 업계는 은행잎 제제가 뇌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알포)의 대체제로 떠오르며 급성장한 상황에서 심각한 이슈가 발생한 만큼 국내외 보건 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보건당국은 최근 은행잎 제제의 적응증에 대한 건강기술평가(HTA) 절차와 내용을 발표하고 과학적 근거 및 효과성 검증 절차에 들어갔다. HTA는 우리나라의 ‘급여 적정성 재평가’와 같은 개념으로 의약품의 유효성과 안전성,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급여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다. 이번에 결정된 은행잎 제제 재평가 대상은 △인지기능 저하 △말초동맥폐색질환 △어지럼증 △이명 등 네 가지 적응증이다. 재평가 완료 시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1~2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위스 보건당국은 그동안 은행잎 제제를 보완의학으로 분류해 급여를 인정해왔다. 보완의학은 △동종요법 △인지학적 의학(예술치료 등) △약초요법 △중의학 △민간요법 등으로 은행잎 제제는 약초요법에 해당한다. 스위스 내 17개 제약 관련 기관들은 "2009년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에 보완의학 보장을 명문화한 바 있다”며 재평가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보건 당국은 “보완의학이라도 과학적 검증에 따라 효과가 불분명하면 계속 급여를 줄 이유 없다”며 강행키로 했다.
스위스 HTA 결과에 따라 국내 은행잎 제제 급여 체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은 의약품 급여 평가 시 ‘약가참조국(A8) 중 2개국 이상 급여 등재' 여부를 참고한다. 현재 은행잎 제제는 A8 국가 중 원개발국인 독일과 스위스에서만 급여가 이뤄지고 있다. 만약 스위스 보건 당국이 은행잎 제제를 급여에서 제외한다면 독일 한 곳만 남아 한국도 재평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SK케미칼, 유유제약 등 대표적인 은행잎 제제 제약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2021년에도 은행잎 제제의 급여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려 했다. 당시 제약사들은 A8 중 어느 국가에도 급여 등재가 안된 은행잎 주사제를 자진 품목 취하하고 경구제(독일, 스위스)만 남겨 재평가를 피할 수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스위스 보건 당국의 결정에 대해 “선정 기준에 해당될 경우 재평가 대상으로 선정해 순차적으로 재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업계는 스위스와 국내 보건 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인지기능 치료제의 대표격이던 콜린알포가 퇴출 수순을 밟으며 은행잎 제제가 대체 의약품으로 주목받았던 분위기에 급제동이 걸릴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내 은행잎 제제 시장은 △인지기능 장애를 동반한 치매(알츠하이머형, 혈관성) △중추성 어지럼증 △간헐성 파행증 등의 급여를 바탕으로 시장 규모도 2020년 418억 원에서 2024년 674억 원으로 연평균 12.7%씩 성장하는 중이다. 유유제약 관계자는 ”스위스 재평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고 SK케미칼 관계자는 “최근 국내 병용요법 임상에서 초기 치매 환자의 치료 효과가 확인된 만큼 최종 결과가 나와야 봐야 대응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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