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170900)의 위염 치료제 ‘스티렌’(애엽추출물)이 국민건강보험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오리지널인 스티렌이 건보 혜택을 못 받으면 자동으로 같은 신세가 되는 복제약 제조사들은 아예 마진을 낮춰 재고 소진에 나서고 있다. 다만 스티렌과 비교임상을 진행했던 종근당(185750)의 천연물 위염 치료제 ‘지텍’(육계추출물)은 최근 건강심사평가원(심평원)에 급여 등재를 신청해 틈새를 노리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최근 심평원에 지텍에 대한 급여 등재를 신청했다. 지텍은 2022년 국내 ‘10호 천연물 신약’으로 품목허가도 받았다. 그동안 약가가 정해지지 않아 아직 시장에는 출시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스티렌이 급여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텍의 보험 약가 상황도 복잡해졌다. 심평원은 이달 8일 발표한 ‘2025년 건강보험 급여적정성 재평가(급여 재평가)’에서 스티렌에 대해 “임상적 유용성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급여 재평가는 급여가 많이 청구되고 등재된 지 오래된 약을 대상으로 실제 치료 효과, 효과 대비 보험 재정이 과도하게 쓰이진 않았는지 등을 검토하는 제도다. 동아에스티는 이의신청을 통해 약효를 재입증할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위염은 자연 치유가 빨라 임상으로 의미 있는 치료 효과를 증명하는 게 어렵다”며 “대표적인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도 같은 적응증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개발 당시 스티렌 성분과 직접 비교하는 임상 3상을 진행했기 때문에 스티렌에 대한 건보 급여 제외 결정이 지텍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종근당이 진행한 비교 임상에서 지텍의 급성·만성위염환자 유효율(의미 있는 변화)은 55.86%로 스티렌 성분의 유효율(39.45%)보다 우월했다. 다만 심평원은 특정 약에 대한 건보 급여 여부를 정할 때 통상 같은 효능군의 기존 급여 약을 기준으로 삼는다. 기존에 급여를 받고 있던 스티렌 대비 지텍의 우월성을 증명해 급여 적용은 물론 더 높은 약값을 받으려 했던 종근당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종근당은 약효가 뛰어난 만큼 스티렌이 비급여로 전환돼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지텍이 높은 약가와 급여혜택을 받는다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위염 천연물 시장에서 경쟁약 대비 차별성을 높여 시장 확대에 유리한 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티렌 제네릭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스티렌 제네릭에 대해 동일한 효과·안전성을 갖췄는지 동등성 재평가를 진행 중이다. 제네릭사들은 재평가를 통과하더라도 오리지널의 급여 적정성이 부정되면 함께 급여가 제외돼 사실상 경쟁력을 잃게 된다. 이에 일부 제약사는 스티렌 제네릭의 판매 수수료를 높이고 재고 소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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