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통하는 전략산업 국내 생산 촉진 세제의 ‘1호 산업’으로 청정수소를 낙점했다. 이 제도는 미래 먹거리 첨단산업 공장을 국내에 지을 경우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감면해주는 정책이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판 IRA 도입을 가정해 청정수소 산업의 국내 생산을 유인할 수 있는 최적 법인세율과 각종 인센티브 부여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수소에너지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꿈의 에너지’로 통하지만 수소 자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청정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까지 최소화한 수소로 딜로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청정수소 시장 규모는 2050년께 1조 4080억 달러(약 1910조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국내 생산 촉진 세제를 이용해 글로벌 청정수소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는 국가전략산업의 생산량에 비례해 세액공제와 같은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미국이 조 바이든 정부 당시 IRA를 기반으로 삼성·SK 등 대기업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불러 모은 것처럼 우리나라도 한국에 공장을 짓고 생산하면 파격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당에서는 국가전략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에 최대 30%까지 법인세 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게다가 일본·유럽연합(EU)·미국 등 주요국은 이미 청정수소 생산 보조금 지급, 세액공제 등 청정수소 산업 육성 정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수소연합에 따르면 현재 유럽연합(EU)은 유럽수소은행과 혁신펀드를 통해 수소 생산 기업에 10년간 차액 보조금을 지급하는 30억 유로(약 4조 7600억 원) 규모의 보조금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15년간 기준 가격 대비 차액을 정부가 전액 보전하는 구조를 마련하고 이 제도 시행에 약 3000억 엔(약 2조 82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했다. 미국 역시 IRA법을 기반으로 청정수소 생산량에 비례한 세액공제를 적용 중이다. 2033년까지 착공하는 시설에 대해 혜택을 주기로 한 미국의 청정수소 생산 세액공제는 지난달 2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하면서 2026년 이전 착공 시설로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여전히 대규모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청정수소는 탄소 중립 및 에너지 안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며 “세액공제, 차액 지원 등 주요국의 자국 내 청정수소 생산 촉진을 위한 정부 지원 정책을 비교 분석해 국내 현황에 맞는 최적의 지원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뒤 이를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고 정부안을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청정수소 생산뿐만 아니라 이를 각종 산업에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산업부는 이날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총괄위원회를 개최하고 2026~2030년 5년간 총사업비 8146억 원(국비 3088억 원)이 투입되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 기술 개발 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시켰다. 수소환원제철은 철을 생산할 때 사용되는 석탄을 수소로 대체하는 기술이다. 탄소 대신 수증기를 배출하는 만큼 기존 고로(용광로) 공정 대비 탄소를 95% 이상 감축할 수 있다.
또 정부는 수소특화단지도 연내 5개 이상 신규 지정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수소경제위원회를 개최하고 동해·삼척과 포항을 수소특화단지로 지정한 바 있다. 국비·지방비 등 총 5000억 원이 투입될 이 특화단지에는 수소기업의 입주 공간과 기업 지원의 핵심 기반이 되는 시험·평가센터 및 실증 테스트베드가 조성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동해·삼척 액화수소 저장·운송 특화단지의 경우 내년 3월 착공할 예정”이라며 “다른 수소특화단지도 올해 5개 이상 신규 지정하고 생산부터 저장·운송, 활용에 이르는 수소산업 전 주기 밸류체인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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