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본격적으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 하반기 세계경제가 둔화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차원에서 탈(脫)달러화 움직임이 가속화되며 달러화와 미 국채의 동반 약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원화 강세 흐름은 이러한 달러화 약세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원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전날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이 하반기부터 본격 반영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계경제 성장률은 1분기 연율 기준 3%에서 하반기 2%대로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 원장은 “하반기에는 주요국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미중 관세협상 등 글로벌 통상환경, 주요국 인플레이션 및 통화정책의 향후 궤적이 구체화될 전망”이라며 “이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주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 미국 국채금리의 방향성, 달러화 약세 지속 여부 등에 대한 추가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달러화는 미국 예외주의 약화와 글로벌 탈달러화 움직임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경제 성장 둔화가 가시화되면서 완만한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미 상호 관세 정책 발표 이후 주요 투자은행들의 달러 인덱스 예상 경로는 약 6% 하락하는 방향으로 조정됐다.
국제금융센터는 “장기 선행지표와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미국 경제 위축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관세율이 협상을 통해 낮아지고 성장 둔화 우려가 완화되면 달러화가 소폭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기간 프리미엄 확대와 국채 공급 증가, 해외 투자자 매수세 약화 등으로 장기물을 중심으로 상승할 것으로 진단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에 따라 단기 금리는 하락하는 반면 정책 불확실성으로 장기 금리는 상승해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재정 적자 확대에 따른 국채 공급 증가와 관세 및 무역 갈등으로 인한 미국 국채 수요 감소가 장기 금리를 상승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이상원 국금센터 외환분석부장은 "올해 하반기 미국 예외주의 약화와 글로벌 탈달러화 모색에 의한 약(弱)달러 여건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장은 "미 달러화는 올해 10% 약세를 보였는데 상반기 중 원화가 달러인덱스와 비동조화 되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그러나 달러화에 연동한 흐름을 배제하고 생각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어 "5월 이후 원·달러 환율은 중국에 의한 아시아 통화 안정세와 대만 달러 변동성의 파급 효과 등 두 가지가 공존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하반기 세계 주가는 견실한 기업 실적과 주요국의 경기 부양 정책에 힘입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나 실물 경기 둔화 영향으로 상승 폭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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