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책임질 ‘제2의 연금’으로서 퇴직연금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적립금을 운용하는 퇴직연금 사업자들조차 확정급여형(DB)의 경우 저조한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 비중이 높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27일 금융감독원이 국내 42개 퇴직연금 사업자의 자체 DB 적립금 운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연간 수익률은 평균 4.37%에 그쳤다. 37개사의 경우 자사 DB 적립금의 90% 이상을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했다. 서재완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퇴직연금 사업자 간담회 자리에서 “이런 상황에서 과연 고객들에게 자산 운용의 필요성과 자산 배분의 당위성을 자신 있게 강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DB형 퇴직연금은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해 근로자 퇴직 시 확정된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로 퇴직연금 적립금의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431조 7000억 원을 기록했으며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수익률은 각각 5.18%, 5.86%였다.
DB형의 낮은 수익률은 경영진과 담당자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수익보다는 손실을 회피하려는 보수적인 행태 속에 적립금을 대부분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맡긴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전체 DB 적립금의 93.2%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DB 가입자인 각 회사 퇴직연금 담당자들이 적립금 운용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비전문가인 경우도 많다.
금융 당국은 퇴직연금 사업자들에게 실적 배당형 상품에 적극 투자하고 담당 임직원에게 장기 성과에 연동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에서는 실적 배당형 상품으로 적립금을 적극 운용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이 우수 사례로 소개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산운용, 리스크관리 부서장을 적립금운용위원으로 선정하고 사내 운용 전문 부서를 자문 조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병칠 한투증권 연금컨설팅부장은 “현재 원리금 보장형과 실적 배당형의 비중을 약 3대7로 운용하고 있다”며 “2019~2024년 DB형 연간 평균 수익률은 5.16%”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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