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등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사람의 일을 대체할 수 있게 되자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반면 AI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한 명의 뛰어난 AI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라면 수천억원의 보너스 제안도 불사하는 ‘AI 두뇌 영입 전쟁’도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한국도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AI 인재의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마존·MS 이어 앤트로픽까지 “AI로 일자리 줄어든다” 경고
2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아마존이 몇 년동안 인력을 감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시 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AI의 부상으로 향후 몇 년 안에 특정 직업군의 필요성이 없어질 것”이라며 “더 많은 생성형 AI를 출시함에 따라 우리의 작업 수행 방식도 바뀔 것이며, 오늘날 이루어지고 있는 일 중 일부를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재시 CEO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는 데 항상 대규모 인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아마존은 배송 시스템의 재고 관리 및 수요 예측과 같은 작업을 위해 생성형 AI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마존은 조만간 구체적 감원 계획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달 전체 인력의 약 3%를 감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한 MS 본사의 감원은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역시 “AI가 사람 대신 코드를 작성할 수 있다”며 AI가 사람의 직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비단 IT 기업들 뿐만 아니라 AI 스타트업들도 사람의 자리를 AI로 대체하는 모습이다. 오픈AI의 경쟁사인 앤스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최근 “향후 5년간 AI가 모든 신입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을 없애고 실업률을 최대 20%까지 급하게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CEO) 또한 최근 “현재 AI가 전체 업무의 30∼50%를 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 모두는 예전에 사람이 하던 일을 AI가 하게 되고, 우리는 부가가치가 더 높은 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두뇌는 모십니다”…메타·오픈AI ‘AI 인재 쟁탈전’
반면 글로벌 빅테크 사이에서 AI를 개발할 수 있는 이른바 ‘AI 두뇌’ 쟁탈전은 점차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최근 메타는 1인당 수천억원을 들여 오픈AI의 연구원 3명을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 시간) 메타가 오픈AI의 스위스 취리히 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연구원 3명을 채용했다고 전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메타가 오픈AI 직원을 빼가려고 1억달러(약 1370억 원)에 달하는 보너스를 제안했지만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언급한 뒤 약 일주일 만에 나온 소식이다. 메타로 이직한 AI 연구원들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임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메타는 인간을 뛰어넘는 가상 AI 시스템인 ‘초지능’ 프로젝트를 위해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며 우수 인력을 공격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이에 이전에는 AI 스타트업 스케일AI에 143억 달러(19조 5123억 원)의 투자를 약속하고 창업자이자 CEO인 알렉산더 왕을 영입한 바 있다.
이 외에도 MS 역시 최근 구글 딥마인드의 핵심 연구 인력 3명을 영입했다. 또한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는 구글의 핵심 AI 연구자 우용후이 박사를 채용했다. 글로벌 빅테크 간 AI 인재 쟁탈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술 패권 경쟁국인 중국까지 가세하고 있다.
AI 인력 빠져나가는 韓…"정부 지원 절실"
한국도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고는 있지만 AI 인재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17일 발표한 '한국의 고급 인력 해외 유출 현상의 경제적 영향과 대응 방안'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기준 인구 1만 명당 AI 인재가 0.36명 빠져나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로 꼴찌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룩셈부르크가 8.92명늘어 가장 많았고 독일(2.13명), 미국(1.07명) 등도 인재가 몰려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SGI는 인재 유출의 원인으로 △단기 실적 중심의 평가 체계 △연공서열식 보상 시스템 △연구 인프라 부족 △국제협력 기회 부족 등을 꼽았다. SGI는 “상위 성과자일수록 해외 이주 비중이 높아 '유능할수록 떠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AI 인재가 국내에 남을 수 있도록 정부가 유인책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임금이나 향후 커리어 등 모든 방면에서 한국이 해외 선진국 대비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가 AI 국내 생태계가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AI 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네이버 출신의 하정우 AI 수석, LG(003550) AI연구원 출신의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 등 기업 출신의 AI 관료를 임명하면서 현실감 있는 AI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정우 AI 수석과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모두 ‘소버린(주권) AI’를 많이 강조해왔다”며 “소버린 AI를 키우기 위해서는 국내 AI 인재가 필수적인 만큼 관련 정책이 나오지 않겠나”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