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자 국내 증시 수급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외국인이 한 주에 2조 원 넘게 순매수하며 시장을 이끈 반면, 최근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3조 원에 육박하는 매수세로 시장을 떠받치는 모습이다. 투자자 예탁금도 7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3년여 만에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제2 동학 개미 운동’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27일 코스피에서 개인은 총 2조 8895억 원어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1조 4748억 원을, 기관은 1조 3421억 원을 각각 순매도 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이는 전주(16~20일) 개인이 4076억 원을 순매도하고, 외국인이 3425억 원을 순매수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불과 1~2주 사이에 시장의 수급 주체가 뒤바뀐 셈이다.
외국인들의 순매도 전환에 코스피는 3100선을 넘어선 뒤 다시 후퇴했지만, 개미들은 증시에 뛰어들 추가 ‘실탄’을 장전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6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9조 560억 원으로, 2022년 2월 2일(70조 3447억 원) 이후 3년 4개월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탁금 규모는 지난해 7월 50조 원에서 올 2월 60조 원을 돌파하기까지 207일이 걸렸지만, 60조 원에서 69조 원까지는 136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신용거래도 급증했다. 2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는 20조 5726억 원으로, 2022년 6월 16일(20조 6862억 원) 이후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예탁금과 ‘빚투’가 동시에 급증하는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를 밀어 올렸던 2021년 중후반과 유사한 흐름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동학 개미 운동’의 재현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지만,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다양한 글로벌 정책적·지정학적 변수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가 과열 해소, 차익 실현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면서도, 올 하반기 추가 상승 동력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2분기 실적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의 상호 관세 유예 연장 여부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 등 굵직한 이벤트가 향후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호 관세 유예 시한 임박, 2분기 실적 발표 시즌, 외국인의 단기 수급 되돌림 등이 한국 증시의 일시적인 조정을 유발할 수 있겠으나 매수 관점을 유지한다”며 “대표주인 반도체·금융·지주, 주도주인 조선·방산·원전, ‘K-경쟁력’ 업종인 바이오·엔터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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