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9일 “진짜 성장을 위한 경제 대혁신을 추진하겠다”며 “대한민국을 주식회사처럼 경영하는 국민이 주주인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구 후보자는 예산과 재정에 밝을뿐더러 인공지능(AI) 분야에도 이해가 깊어 확장재정과 AI 강국 도약을 내세운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힘을 실을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 후보자는 이날 오후 서울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가 대외 충격과 구조적 저성장, 양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새 정부 첫 경제부총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구 후보자는 부총리로 임명된다면 △민생경제 회복 △대외 불확실성 대응 △경제 대혁신 등 세 가지를 중점에 두고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화두로 꺼낸 ‘주식회사 대한민국’과 관련해서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수익과 비용 개념을 포함한 국가 운영 철학”이라며 “수익이 없으면 망하는 기업처럼 국가도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과 생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이어 “‘주식회사 대한민국호’가 세계 1등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를 시작으로 사회·행정·정치 전반에 걸친 진짜 초혁신이 필요하다”며 “AI 등 신산업에 집중 투자해 국가 성장의 기반을 새로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구 후보자의 인선으로 정부의 AI 강국 도약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AI 전도사로 불리면서 정부의 정책 방향을 AI 대전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AI 코리아’와 ‘레볼루션 코리아’ 등의 저서를 통해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 국제 공조 등 AI 시대의 국가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는 “AI 시대의 등판에 올라타야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기적을 만들 수 있다”며 “국가·기업·국민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기술 개발, 인재 양성, 생산성 향상, 거버넌스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 후보자는 같은 맥락에서 서울경제신문의 ‘AI 정부로 가자’ 시리즈에 대해서 여러 차례 직접 공감을 나타낸 바 있다. 그는 “AI는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으로 정부의 정책도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AI 정부 전환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정부 운영 방식에 대한 철학도 분명하다. 구 후보자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모든 걸 주도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민간이 뛰어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관 협력을 “선택이 아닌 시대정신”이라며 “기업이 제대로 돈을 벌어야 세수도 생긴다”고도 했다.
구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초슈퍼 예산 편성과 확장재정 정책을 실무에서 총괄한 인물이다. 예산실장과 2차관 시절에는 연말 예산 편성과 국회 협의 등을 사실상 책임졌고 탈원전부터 백신 확보, 부동산 등 민감한 정책 현안을 부처 간 큰 마찰 없이 조율했던 국무조정실장 시절 행보는 지금도 관가에서 회자된다. 실무에 강하면서도 정무 감각까지 갖춘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을 계기로 이재명 정부의 경제팀 방향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구 후보자는 평소 위기 상황일수록 재정이 선제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전 국민 소비쿠폰과 지역화폐 등 대규모 재정을 필요로 하는 새 정부의 정책들을 기획하고 집행할 적임자로 꼽힌다.
이번 인선에 따라 기재부 조직 개편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여권 일각에서는 기재부를 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고 구 후보자를 예산처장으로 기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하지만 그가 경제부총리로 지명되면서 분리 작업에 일단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구 후보자가 향후 분리하는 예산처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1965년생인 구 후보자는 경북 성주 출신으로 대구 영신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32회로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인사제도비서관을 거쳐 1급 국정상황실장으로 깜짝 발탁돼 ‘소년 급제’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