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에서의 외교적 성과를 바탕으로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란이 핵무기를 제조할 조짐을 보이면 또다시 폭격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는 하마스와 휴전하고 가자지구 사태를 종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현지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부 장관은 30일 미국을 방문해 가자 전쟁 문제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뉴스위크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를 끝낸 지금이 적기라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합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에 제시했던 60일 휴전을 넘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영구적으로 종식할 수 있는 휴전협정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전 트루스소셜에 "가자에서 협상을 성사 시켜라. 인질들을 데려와라!"라며 휴전을 재차 촉구했다. 앞서 27일에는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인사들과 통화했는데 가자지구 휴전이 임박했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주 내로 휴전을 이룰 것으로 본다”고도 언급했다. 이번 주가 가자 전쟁의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스라엘군도 가자지구에서의 군사 임무가 거의 끝났다고 밝히며 휴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 채널12는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 전쟁 종식을 고려할 준비가 됐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간 개인 비리와 안보 참패 등으로 정치생명이 위태롭던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공습 이후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면서 더 이상 전쟁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휴전에 들어간 이란을 향해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이란이 우라늄을 위험한 수준으로 농축할 경우 다시 공격하겠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재공격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며 “지친 이란은 우리를 만나고 싶어 하고, 한동안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굳건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동의 평화적 해결을 유도하는 ‘국제적 중재자’로 자리매김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혼란을 자초하고 ‘구세주’를 자청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8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하지 않았다면 이란의 핵 개발도 본격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