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이 미국의 개입으로 소강 상태를 맞은 가운데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이란이 몇 달 내 다시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28일(현지 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그로시 사무총장은 27일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핵시설의) 일부는 여전히 건재하다”며 “이란이 몇달이라는 기간, 또는 그보다 짧은 기간에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원심분리기 단계 설비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특히 이란이 기존에 생산했던 약 400㎏에 달하는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의 공격을 받기 전에 어디로 옮겼는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는 공격의 일부로 파괴됐을 수 있지만 일부는 이동됐을 수 있다”며 “언젠가는 해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수십년 후퇴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의 이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설에서 아무것도 밖으로 옮겨지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한 시설의 고농축 우라늄은 핵분열이 가능한 동위원소의 순도가 60%에 달하는 물질이다. 이는 기술 수준에 따라 핵무기의 원료로 쓰는 순도 90% 정도의 물질로 금세 가공할 수 있는 정도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란 의회가 지난 25일 IAEA와의 협력을 잠정 중단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킨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해당 결의안에서는 이란의 핵시설과 평화적 핵 활동에 대한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IAEA 사찰관의 이란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로시 총장은 “우리는 무엇이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고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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