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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콘서트홀 "객석 구석구석까지 소리 뿜어 주는 반사체…공연장이 악기 그 자체"

■부산콘서트홀 스테이지 투어

세심히 쌓아올린 9만3000장 벽돌

반사체 빈틈없이 배치해 '울림통'

"윗층에서도 깔끔하게 들려"

잔향 충분히 길고 따뜻한 음색

"세계 공연장과 견줄만한 음향 균형"

하반기 라스칼라 악단 등 공연 예정

부산콘서트홀은 벽면과 천장이 반사체 역할을 하면서 객석 어디서든 소리가 잘 들리도록 설계됐다. /사진제공= 부산콘서트홀




경남권 최초의 첫 클래식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이 베일을 벗은 이후 음향의 수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21~28일 개관 페스티벌에서 공개된 음향 수준은 관객과 전문가들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최근 부산콘서트홀 스테이지 투어에서 만난 최윤 음향감독은 “일반적으로 공연 시 연주자의 소리 기여도를 70~80%, 공연장은 20~30%라고 할 정도로 공연장 자체가 중요한 악기”라며 “부산콘서트홀은 공연장이 하나의 큰 울림통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콘서트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내부의 벽돌 마감이다. 대부분의 클래식 공연장은 콘크리트 벽에 나무를 붙여 마감한다. 벽돌은 단단하게 소리가 반사된다는 점에서 장점이 크지만, 자칫 소리가 강하게 튕겨 나가면서 특정 지점에 집중되거나 공진 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만만치 않다. 설계를 맞은 DMP건축사사무소와 음향 컨설팅을 담당한 목포대 오양기 건축과 교수(한국음향학회장)는 ‘음향과학의 힘’으로 이를 극복했다. 콘서트홀 내부에 9만3000개의 벽돌을 한 장 한 장 미세하게 각도를 달리해 정성스레 쌓아 올렸다. 지하 1층~1층은 둥근 흰색, 2층은 5각형의 회색 벽돌로, 모양도 다르게 제작했다. 공연장 설계 경험이 많은 박세환 DMP건축사사무소 본부장은 “수많은 시뮬레이션과 계산을 통해 벽돌의 모양과 쌓는 방식을 세심하게 설계했다”며 “하나의 소리가 벽돌에 부딪히면 여러 개로 쪼개져 난반사될 수 있도록 벽돌 제작과 시공을 했다”고 설명했다.






무대 위의 6개 반사체는 공연 규모에 따라 최적화시킬 수 있도록 높낮이와 각도 조정이 가능하다. /사진제공= 부산콘서트홀


측상부 벽에 구름 모양으로 설치된 마샬 반사체와 무대 옆 벽돌 마감 등은 무대 소리를 객석 곳곳으로 뿌려주는 역할을 한다.


천장 역시 예사롭지 않다. 우선, 무대 위에는 높낮이와 경사도의 조정이 가능한 6개의 반사체를 설치했다. 대편성 오케스트라, 소규모 실내악, 독주 등 연주 규모에 최적화시켜 무대 반사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측상부 벽에 빙 둘러 설치된 ‘마샬 반사체’ 역시 심혈을 기울인 구조물이다. 이 반사체는 무대에서 발현된 소리가 공연장 중간에 떠 있지 않도록, 소리를 객석 구석구석으로 뿜어주는 역할을 한다. 박 본부장은 “관객 친화적이고 미관상 아름다운 빈야드 스타일의 공연장이 세계적인 유행이 됐지만, 허공에 음이 뜨는 현상이 있어 음향 컨트롤 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반사체와 벽을 활용해 어떤 객석에서도 소리가 잘 들리게끔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맨 윗층인 2층 객석에서도 연주가 잘 들린다. 최 감독은 “옆으로 퍼진 소리는 벽돌을 치고 반사되고, 위로 올라간 소리는 천장과 측상부 반사체를 맞고 떨어지면서 공연장이 빈틈없는 하나의 울림통과 같다”며 “윗층 뒷자리에서도 소리가 깨끗하게 잘 들려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2층 좌석이 가성비 좋은 ‘명당자리’인 셈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무대의 바닥도 특별하다. 멍에와 장선으로 격자를 만들어 ‘알래스칸 옐로우 시더’를 그 위에 늘어 놓는 식으로 무대를 만들었다. ‘무대 자체가 떨리는 악기'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연주대(라이저)도 추가 비용을 들여 수동이 아닌 자동으로 설치했다.




무대 정면 파이프오르간 뒤에도 수천개의 크고 작은 파이프가 설치된 방이 있다. /사진제공= 부산콘서트홀


부산콘서트홀의 하이라이트는 파이프오르간이다. 지난해 11월 도착한 파이프들을 설치하고 튜닝하는 데만 1개월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파이프 오르간 옆, 문을 열고 들어가니 4400여 개의 파이프가 꽂힌 장면이 펼쳐졌다. 오르간을 ‘상전’ 모시듯 직원들이 돌아가며 온도와 습기를 세심하게 관리한다. 적정 온도 22도, 습도 50% 이하를 맞추기 위해 365일 냉난방기와 제습기 가동은 필수다. 특히 이곳의 파이프오르간은 송풍 모터의 규격이 크다. 한마디로 출력이 좋다는 뜻이다. 최 감독은 “소리가 끊기지 않고 ‘뿌~’하고 부드럽게 나간다”며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오르간 공연 표는 바로 매진됐다”고 말했다.

부산콘서트홀의 잔향 시간은 약 2.3초, 저음비는 1.07이다. 김용희 영산대 건축과 교수는 “풍부한 울림과 따뜻하고 포근한 음색을 가졌다”며 “그외 음의 세기와 명료도 등 각종 음향 지표에서 세계적인 콘서트홀 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오래된 콘서트홀처럼 소리가 숙성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민정 클래식부산 대표는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들이 공연장의 수준을 알고 나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연락이 오고 있다”며 “하반기에 라스칼라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등의 세계적 수준의 공연단체들이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열린 공연장’을 지향하는 부산콘서트홀은 외부에서도 공연장을 볼 수 있도록 통유리창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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