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과의 외교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미군의 추가 군사 공격 배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마지드 타흐트 라반치 이란 외무차관은 29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재자를 통해 협상 재개 의향을 전달했지만, 대화 진행 중 추가 공격에 대한 ‘매우 중요한 질문’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과 이란 간 6차 간접 대화는 지난 13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당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무산됐다. 이후 미국은 직접 이란 핵시설 3곳을 폭격하며 이스라엘-이란 충돌에 직접 개입했다.
타흐트 라반치 차관은 “우리는 핵물질에 대한 접근이 차단돼 자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우라늄 농축은 그 수준과 용량을 논의할 수 있지만, 농축 자체를 금지하며 동의하지 않으면 폭격하겠다는 것은 ‘약육강식의 논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평화적 목적이고, 60% 농축도 그 일환”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라늄 농축 수준이 우려스럽다고 판단되면 추가 폭격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 완성 단계에 근접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13일 이란의 핵·군사시설을 공격하고, 과학자 및 지휘관 암살을 감행했다. 이에 이란은 미사일로 보복했고, 12일간의 충돌 끝에 지난주 휴전에 합의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두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피해가 심각하지만 완전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심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로시 총장은 이란이 “수개월 내”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으나 타흐트 라반치 차관은 이에 대해 확언하지 않았다.
제재 완화와 투자 유치를 대가로 핵 프로그램 재검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타흐트 라반치 차관은 “왜 그런 제안에 동의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정권 붕괴 가능성은 단호하게 일축했다. 그는 “일부 국민이 정부에 비판을 가할 수는 있지만, 외부 공격 앞에서는 단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흐트 라반치 차관은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분명하지만, 군사 공격이 없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이를 지킬 것”이라며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불시에 다시 공격받지 않도록 경계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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