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를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하면서도 별도 동력이 필요하지 않은 ‘자가추진 세포로봇’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향후 간단하고 생체 친화적인 방법으로 약물 전달 시스템이나 세포 치료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최인성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외부 동력 장치나 복잡한 기계 구조 없이 생체 부산물인 ‘요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가추진 세포로봇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지난달 25일 게재됐다.
세포로봇은 세포를 직접 제어해 약물 전달 등에 활용하는 초소형 생체 로봇 기술이다. 다만 기존 기술은 자석이나 레이저 등 세포로봇이 움직이는 데 필요한 동력 장치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사람을 포함한 여러 동물 체내에서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생기는 노폐물인 요소를 동력원으로 삼는 기술을 개발했다. 외부 동력 장치가 필요없어 기술을 단순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세포를 감싸는 나노껍질에 요소를 분해해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효소인 ‘우레아제’를 부착하고 세포로봇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우레아제는 요소를 분해하는 촉매 역할을 하며 세포로봇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구동력을 만들어내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팀은 비대칭 구조를 가진 세포로봇이 보다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자가 추진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세포로봇은 세포 주위에 존재하는 물질만으로 자가 추진이 가능하고 자석이나 레이저 등 복잡한 외부 제어 장치에 의존하지 않는다. 나노껍질에 다양한 효소를 화학적으로 접합할 수 있어 다양한 생체 물질을 연료로 활용하는 세포로봇으로 응용할 수도 있다.
제1저자 김나영 KAIST 화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자가추진 세포로봇은 스스로 환경을 감지하고 반응하며 움직이는 능력을 지닌 새로운 개념의 플랫폼”이라며 “향후 암세포 표적 치료나 정밀 약물 전달 시스템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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