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언론은 지난달 한인 학생 구본무 씨가 LSAT(Law School Admission Test)에서 180점 만점을 기록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LSAT은 미국 로스쿨 입시에서 필수적인 시험으로, SAT나 GRE 등 여타 시험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며, 영어권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시험으로 평가된다. 국내의 법학적성시험(LEET)도 LSAT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특히 법학이라는 학문 특성상 문항 하나하나가 고도의 추론과 복잡한 논증 구조를 요구하기 때문에, 만점을 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시험 주관 기관인 Law School Admission Council(LSAC)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작년 한 해 동안 LSAT 응시자는 총 62,920명이었고, 이 가운데 만점을 받은 응시자는 단 11명에 불과했다. 전체의 0.00017%에 해당하는 수치다.
구본무 씨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에 진학하기 전 재작년 군 복무를 위해 한국에 잠시 귀국했다. 하버드대에서 최우수논문상을 받고, UC버클리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재원이다. 그는 IQ 156의 멘사 회원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LSAT이나 LEET 같은 법학적성시험들은 단순한 지능이나 타고난 사고력만으로 풀리는 시험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일정 부분 선천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충분히 훈련해서 극복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오히려 자신의 경우에는 언어학, 특히 인지언어학과 화용론·의미론을 연구해온 배경이 시험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험이 임박해오면서, 스스로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그는 말했다. “하버드대와 예일대 로스쿨 합격자의 중위 점수는 174점입니다. 그 자체로도 상위 1%에 해당하는 점수지만, 학생으로서 치르는 마지막 시험일 수 있기에 압도적인 결과로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이어,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원생으로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닐지 모르지만 적어도 시험에서만큼은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기기 위해서’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법조인이 되겠다’는 다짐은 자세이지, 목표는 아닙니다. 시험은 폭발적인 집중력으로 빠르게 끝내야 하는 일회성 전투입니다. 막연한 이상향이 아니라 선명한 이상형이 필요하죠.”
그는 박사과정과 로스쿨 입시를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언어는 법적 규범을 담는 그릇이지만, 공간일뿐 터전은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궁극적으로 언어의 법과, 법의 언어를 함께 탐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모교인 하버드대의 로스쿨에 지원할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대학원생 시절에도 법대 도서관 4층 창가 쪽 암체어자리가 편해서 종종 그곳에서 공부했다”며 “강의실 못 찾을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웃었다. 그는 “성공은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 한 모금 맛볼수록 더욱 성취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된다. 몇 년 전 하버드에 합격했을 때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이젠 바닷물이 마를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세상의 소금과 같은 법조인이 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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