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도심에서 차량에 올라 해저터널을 타고 지바현 방면으로 한 시간가량 이동하자 논밭과 공장들 사이로 연어 양식장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세계 최초로 바닷물 대신 일반 수돗물로 연어를 기르는 기술을 개발해낸 스타트업 FRD재팬이 운영하는 양식장이다. 양식장 내부 수조 곳곳에는 자동으로 수질 변화를 감지하고 연어의 상태를 확인하는 장치들이 설치돼 있었다.
이 양식장의 가장 큰 특징은 바닷물을 사용하지 않는 ‘폐쇄 순환식 육상 양식’ 방식을 사용해 연어를 길러내 생산지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닷물을 끌어올려 사용하는 일반적인 육상 양식과 달라 공장을 바닷가에 짓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물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바닷물을 끌어다 쓰는 방식보다 전기료도 10분의 1 수준으로 적다. 우리나랑에도 연어 양식장이 있지만 대부분 해수를 끌어다 사용하는 ‘육상 해수 양식’이고 이보다 개선된 ‘순환 여과식’도 역시 양식장에서 사용한 해수를 여과해 재활용하는 수준이다.
FRD재팬의 한 관계자는 “이곳은 생선을 잡아 손질하고 판매하는 일반적인 어업 현장과는 달리 화학공장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생선을 손질하는 업무도 자동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양식장 내부에는 손바닥만 한 치어부터 길이가 약 40㎝에 달해 통통하게 살이 오른 출하 직전의 연어까지 사이즈별로 나뉘어진 다양한 연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양식업은 미래 식량을 책임질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양식업은 기술 수준은 물론 자동화 기술 도입에도 뒤처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양수산부가 2022~2023년 수행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양식장의 자동화 설비 현황은 약 7% 수준이다. 해수부는 한국이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양식장 운영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일본 외에 중국과 노르웨이 등 다른 국가들은 스마트 양식 기술에 투자하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 양식 시장 규모는 43억 달러 수준이며 이 중 중국의 비중은 28%, 노르웨이는 22%에 달한다.
FRD재팬의 양식법은 일반적인 육상 양식업과 달리 환경오염도 적다. 자체 여과 기술을 활용해 물을 정화해 오수를 바다에 방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바야시 마리 FRD 재팬 매니저는 “우리는 연어의 배설물로 인해 발생하는 암모니아와 질산이온 성분을 여과하는 자체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암모니아를 여과하고 남은 질소를 공기 중으로 방출하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RD재팬 공장에서 생산되는 연어는 전국에 있는 일반적인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일본에서는 연간 20만 톤에 달하는 연어를 회나 구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한다. 2018년 본격적으로 연어 생산에 나선 지바현의 공장에서는 연간 30톤을 생산하고 있다. 아직 일본의 연간 소비량에 비하면 적은 양이다. FRD재팬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지바현에 또 다른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이 완공될 경우 연간 생산량은 3500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일본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어종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해 15만 톤 이상 잡히던 오징어가 최근에는 한 해 3만 톤 이내로 잡히고, 위도가 높은 홋카이도 지역에서 난류성 어종인 방어가 잡히기도 한다. 일본 도쿄 인근 해역은 대표적인 김 양식 지역이지만 수온 상승으로 인해 어류의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해초 섭취량이 늘어 김 수확량이 줄기도 했다.
코바야시 매니저는 “일본에서도 최근 강에서 바다로 돌아오는 연어의 수가 줄고 있다”며 “육상 양식으로 모든 변화에 대응할 수는 없지만 날씨에 따라 어획량이 달라지고 수확량이 불안정하다는 문제는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