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재의요구권(거부권) 법안인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여야가 21대 대선 공통 공약에 대해 논의할 기구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날, 양측의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이 여당 중심으로 처리된 것이다. 이날 과방위를 통과한 ‘방송 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다.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늘리고 100명 이상으로 공영방송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내용이다. 민주당은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법안”이라고 강조했지만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의원은 회의장에서 퇴장하며 표결에 불참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행사 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7월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前)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중점적으로 통과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방송 3법 통과 과정에는 원내지도부보다 상임위의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보니 여권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론’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당이 된 만큼 입법의 속도보다는 완성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절차를 무시할 수는 없으니 절차를 지켜가며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방송 3법을 비롯한 지난 한 달간의 국회 운영에 대해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책위는 이날 ‘민생공약 협의체(가칭)’ 구성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회동 직후 “(대선 공통 공약이) 민주당 추산 200여 건, 국민의힘 추산 110여 건이 되는데 이에 대해 양당이 교환해 추리는 작업을 먼저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지난 총선 직후에도 ‘민생공통공약 추진협의회’를 꾸려 인공지능(AI) 기본법 등의 법안을 처리한 바 있다. 3년 전 대선 이후에는 민주당의 공통 공약 기구 구성 제안을 당시 여당이던 국민의힘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 공약이 저희보다 훨씬 전향적인 것도 있다”며 “저희가 적극적으로 받아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강행 처리 가능성을 경계했다. 야당이 된 만큼 최대한 시간을 활용하며 쟁점 법안을 논의하는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김정재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노란봉투법과 양곡관리법·화물차운수사업법 등을 거론하며 “이견이나 논란이 있는 법들과 관련,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방법을 택했으면 좋겠다”며 “의석수를 내세운 일방적인 입법 강행에는 국민들도 시간이 지나면 많이 불편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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