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를 강타한 폭우와 홍수가 1977년 펜실베이니아 존스타운 홍수 피해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내륙 홍수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 차원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쇄도하는 가운데 전 세계를 덮친 기후변화로 기존 날씨 예측 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이달 3일 이후 쏟아진 텍사스 지역의 폭우에 따른 홍수로 지금까지 최소 82명이 사망하고 41명 이상이 실종됐다. 특히 여자 어린이 750명이 참가한 ‘캠프 미스틱’에서 지도교사 1명을 포함해 12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이번 재해는 3일 늦은 오후부터 텍사스주 중부 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일어났다. 강수량은 4시간 만에 약 250~380㎜에 달했고 4일 새벽 과달루페강 수위는 45분 만에 8m 가까이 치솟았다. 돌발 폭우로 강이 빠르게 범람하면서 독립기념일 연휴를 맞아 강 인근에서 휴가를 즐기던 시민 다수가 참변을 당했다. 구조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망자가 계속해서 늘어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커카운티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홍수 사건 전문 기상학자 제이컵 파이어스타인은 “1977년 펜실베이니아주 존스타운에서 발생한 홍수 이후 가장 치명적인 담수 홍수”라고 지적했다. 당시 존스타운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의 수위가 급격히 상승해 6개의 댐이 붕괴했고 8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피해가 가장 큰 과달루페강 유역은 미국에서 돌발 홍수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잘못된 일기예보와 경보 시스템 미비로 홍수 피해가 컸던 만큼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국립기상청(NWS)은 이 지역에 2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으나 단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졌다. 제대로 된 경보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다. 커카운티에서는 2017년 홍수 이후 경고 시스템 설치가 논의됐으나 비용 문제로 불발됐다. NYT는 카운티의 예산은 연간 약 6700만 달러로, 당시 경고 시스템 구축을 위한 100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커카운티 판사인 롭 켈리는 “최근 5월 예산 회의에서도 세금 납부자들이 비용 지출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텍사스주에는 현재 54억 달러 규모의 홍수 관리 프로젝트가 밀려 있는 상황이다. 인프라 구축을 위해 추가 자금 투자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약 6억 6900만 달러만 예산으로 배정됐다.
전 세계에 닥친 기후변화로 기존 날씨 예측 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진단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텍사스에 내린 이번 폭우가 극히 드물고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이변이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3시간 만에 3개월 치 강수량이 쏟아진 것으로, 이는 500년 만에 한 번 일어날 만한 일”이라며 “현재의 기상예보 기술로는 특정 강 배수 지역의 어느 부분에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릴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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