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 과제와 유사한 내용의 계획서를 제출해 추가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했다가 2년간 개발 사업 참여 제한을 받은 중소기업이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승소했다. 기업 측이 의도적으로 과제 중복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제안서 심사 과정에서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1부(윤승은 재판장)는 지엔테크놀로지스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상대로 낸 참여 제한 처분 취소소송에서 이달 4일 “1심 판결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전력 전송 기술 연구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지엔테크는 2020년 5월 정부 기술 개발 사업에 선정됐다. 같은 해 7월에는 다른 사업에도 지원해 대상자로 뽑혔다. 이후 과제를 수행하던 중 A진흥원은 두 과제 간 중복 가능성을 발견했고, 검토위원회 개최 결과 과제 중단을 결정했다. 이후 중기부는 2023년 6월 사측에 2년간 사업 참여 제한 처분을 내렸다. 이에 사측은 “기술적 차별성이 있고, 중복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참여 제한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선행 과제의 연구가 성숙되기도 전에 유사한 내용으로 신규 사업에 참여했다”며 과제 중복과 기업의 고의성을 인정해 중기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과제가 중복됐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기업이 기술적 차별성이 있다고 믿고 신청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심사 과정에서 정부 측 책임도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심사하는 과정에서 선행 과제와의 중복 여부를 확인할 기회가 단계별로 존재했다”며 “원고가 단순 신청에 그치지 않고 수행 단계까지 진입한 상황에서 제한 처분이 내려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책임을 원고에게만 전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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