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신화월드 야외 시승존. 여름휴가를 즐기던 여행객들이 생소한 비야디(BYD)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를 발견하고 하나둘 모여들었다. 차량 외관을 촬영하거나 실내에 직접 들어가 디스플레이를 조작하기도 했다. 시승동의서를 작성하고 10여 분간 짧은 드라이브를 즐기는 가족 단위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생각보다 차량이 훨씬 좋아서 놀랐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전기차 1위 기업 BYD가 이날 개막한 ‘제12회 국제 e-모빌리티 엑스포’에 완성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참가했다. 특히 엑스포가 열리는 호텔 투숙객들이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야외 시승 공간을 마련해 고객과의 접점 확대에 공을 들였다. 최근 진출한 렌터카 시장에 이어 엑스포에도 영향력을 확대하며 중국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 해소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BYD코리아 관계자는 “10여 년 전 상용차 부문이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도 제주도가 출발점이었다”며 “상징성이 큰 데다,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해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BYD의 전기버스도 2014년 제주에서 열린 제주 국제전기자동차 엑스포 참여를 시작으로 영향력을 확대한 바 있다.
‘전기차 천국’으로 불릴 만큼 높은 보급률을 자랑하는 제주도는 BYD에게 매력적인 전략 거점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4만 267대로, 전체 차량(41만 2292대) 중 9.77%가 전기차다. 전국 평균 보급률인 2.78%와 비교하면 4배 이상 높은 수치로, 올해 안으로 보급률 10%도 달성할 전망이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BYD의 목표는 렌터카 업체와의 협력에서도 드러난다. BYD는 최근 중국계 딜러사인 ‘하모니오토모빌’을 통해 제주도에 위치한 3곳의 렌터카 업체에 10여대의 차량을 공급했다. 시장에서도 차량 구매가 아닌 관광을 위해 단순 대여하는 방식인 만큼 가격과 상품성 등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승 경험을 통해 중국 브랜드를 꺼렸던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엑스포는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조직위원회와 세계EV협의회(GEAN)가 공동 주최해 50여 개국, 150개 기업이 참가했다. 전기부품 제조사 우진산전은 12m급 프리미엄 전기버스와 양문형 전기 굴절버스를 선보였고, 소화설비 전문기업 탱크테크는 전기차 배터리 하부에 냉각수를 직접 주입할 수 있는 ‘EV 드릴랜스’ 기술을 전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미래항공교통(AAM)을 위한 정밀 탐지·추적 기술을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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