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가 수리한 적 있는 차량을 신차처럼 판매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인 사업가인 A씨는 “하자가 있는 차량을 새 차로 속여 팔았다”며 페라리 본사와 국내 공식 수입업체 FMK를 상대로 4억8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소장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약 5억원에 달하는 페라리 신차를 리스로 구매했다. 이 차량은 주문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져 계약 시점인 2023년 5월부터 1년 4개월을 기다린 끝에 인도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A씨는 차량을 거의 몰지 않게 되면서 월 400만원에 이르는 리스 비용이 부담됐고, 올해 2월 중고차로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중고차로 판매하기 위해 자동차관리법상 요구되는 성능·상태 점검을 받는 과정에서 A씨는 차량의 누적 주행거리가 463㎞에 불과하고, 어떤 사고 이력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점검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차량이 ‘사고 차량’으로 분류된 것이다. 트렁크 부위에 나사를 제거 후 재조립한 흔적이 발견됐고, 오른쪽 뒤 펜더는 찌그러졌다가 펴낸 흔적도 포착됐다. 이러한 판정이 내려지면 성능과는 관계없이 중고 거래 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에 A씨는 페라리 측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수리 흔적은 통상적인 생산 과정에서 이뤄지는 조정 작업에 따른 것이어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같은 답변에 반발한 A씨는 결국 법적 대응에 나섰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최소 4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차량을 판매하면서 출고 전 하자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면, 국내 소비자들이 어떻게 신뢰하고 구매하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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