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플 때 특히 단 음식이 더 당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연구진이 동물의 뇌가 허기질 때 포도당을 선택적으로 골라서 인식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서성배 KAIST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9일 배고픈 동물의 뇌가 장내 포도당을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선호한다는 사실을 연구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물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을 섭취한다. 뇌는 장내에 있는 음식의 총열량에 따라 식욕을 합리적으로 조절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학계의 연구 결과였다. 많이 먹으면 섭취한 총 열량이 많이 때문에 식욕이 줄어드는 것이다. 서 교수팀은 우리의 뇌가 전체 칼로리를 조절할 뿐 아니라 식욕을 조절할 때 포도당을 선택적으로 섭취하도록 조절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탄수화물의 구성 성분인 포도당은 동물의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원이다. 또한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원으로도 알려져 있다. 인간의 뇌는 전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하며, 하루에 400Kcal의 열량을 소비한다.
연구진은 우선 쥐의 소장에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을 직접 주입하고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뇌 시상하부에 있는 ‘스트레스 반응세포(CRF 뉴런)’가 포도당의 일종인 D-글루코스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CRF 뉴런은 우리 몸의 핵심적인 생리 시스템에 관여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을 때 코르티솔 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폭식하는 것도 코르티솔이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장내에 포도당이 없으면 뇌는 스트레스를 느끼고 코르티솔을 분비해 식욕을 자극한다. 실제로 연구진이 CRF 뉴런을 억제하자 쥐는 더 이상 포도당을 선호하지 않았다.
해당 연구는 비만이나 당뇨병 등 대사 질환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서 교수는 “이번 연구는 포도당에 특화된 장-뇌 신호 경로를 규명했다”며 “최근 유행 중인 비만 치료제는 식욕 전반을 감퇴 시키고 부작용이 많지만 CRF 뉴런을 억제해 포도당을 먹고 싶어하는 욕구를 줄이는 것으로 효과적인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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