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규제 완화론자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축물 용적률을 사고파는 ‘결합 건축제’를 신설했고 도심의 고밀 개발을 주장하는 등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공급 대책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렸던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이 주거 복지와 집값 안정 차원에서 시장의 과열을 잡는 역할이라면 김 후보자는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공급 대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을 강조한 만큼 주택 투기 교란 행위 등 시장 혼란을 유발하는 행위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징계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후보자는 11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전북 국회의원·도·시군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국토부 장관 지명에) 어깨가 무겁다"며 "많은 시련이 있겠지만 어려운 시기를 잘 개척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실수요자를 위한 규제 완화 등 이재명 행정부의 부동산 대책 윤곽도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3선 의원 출신의 김 후보자는 민주당 내에서도 ‘친(親)시장 주의자’로 분류된다. 김 후보자는 2015년 토지 건축주가 서로 합의하면 용적률을 사고팔 수 있는 건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사례가 늘자 재건축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을 내놓았다. 또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서울에 용적률을 높여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폭을 넓혀야 한다”며 공급 확대 철학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부동산 정책이 규제 일변도였던 상황에서 재건축 완화 등 시장 친화적인 대안을 내놓은 셈이다.
김 후보자의 지명과 함께 국토부의 공급 대책 발표도 이르면 이달 말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 안팎에서도 지난달 강력한 대출 규제로 집값 상승을 일시적으로 억제했지만 장기적으로 공급을 통한 수요 심리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에 다음 달께 수도권 등 핵심 지역에 대한 공급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민주당 주거복지특별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에 이번 공급 대책에 주요 택지에 대한 용적률 완화 등 고밀 개발 방안과 더불어 공공임대 확대 등이 핵심 방안으로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앞서 “청년 맞춤형 공공임대 주택을 확대하겠다”며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부동산 투기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징계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불안 양상이 이어지자 “부동산 투기 문제는 반사회적 범죄”라며 부당이득 환수를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수도권 주요 지역의 주택 거래에 대해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시세조작 행위 등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실거주 의무 위반 행위와 부당 대출 등에 대한 조사도 대폭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가 전주시를 지역구로 둔 데다 당내에서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이끌어온 만큼 지역균형발전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5극 3특’을 가속화하고 수도권 밀집 현상을 완화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5극 3특은 수도권, 충청권,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 광주·전남 등 호남권을 고루 발전시키고 강원·전북·제주를 특별자치도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자는 의원 시절 “지방 도시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가균형발전을 통해 지방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인구 50만 지방 대도시에 광역 교통망을 신설하는 대도시 광역 교통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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