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발표 이후 1년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 봉합의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집단 사직 후 복귀한 일부를 제외한 1만 여명의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수련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중에서도 비수도권 병원에서 수련을 받다 사직한 전공의들은 여전히 복귀를 망설이고 있어 정부와의 합의점 도출이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는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전공의 복귀를 포함한 의료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회 쪽에서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과 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문위원 등이 참석하고 한성존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자리한다. 박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28일에도 한 위원장과 비공개 만남을 갖고 전공의 수련 재개율을 높이자는 공통 의견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중증 및 필수의료 재건을 위한 방안에 대해 전공의들과 계속해서 소통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대전협 비대위는 19일 총회를 열어 대정부 요구안을 확정한다. 대전협은 작년 2월 집단사직 이후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대증원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대책 마련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명령 철회와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 7대 요구안을 고수해 왔다. 다만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밀어붙였던 정권이 물러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며 대내외적 상황이 바뀐 만큼, 이를 정돈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 연유다.
비대위가 이달 초 전국 사직 전공의 8458명이 참여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응답자의 76.4%는 복귀 선결 조건 1순위로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개혁 실행방안 재검토'를 꼽았다. 2위로는 '올해 초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로 입대한 전공의 및 입영 대기 상태의 전공의에 대한 수련 연속성 보장'이 올랐고 '불가향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와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이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총회에서 전공의 여론을 수렴하기 전인 만큼 복지위와의 간담회에서는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장 목소리가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9월에 수련이 시작되는 전공의 하반기 모집 절차는 이달 말부터 시작된다. 의대생 24~26학번이 내년에 예과 1학년과 함께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 사태를 막으려면 교육부와 각 대학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
다만 젊은 의사들의 반감이 큰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개혁 실행방안의 경우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이 다수 포함돼 있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나머지 요구안도 단기간 내 해법을 내놓기 힘든 사안들이라 양측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진료 공백이 큰 비수도권의 바이탈과의 경우 복귀율이 미미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비수도권 수련병원 응급의학과에서 수련을 받다 사직한 전공의는 "지역과 진료과에 따라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가 갈리는 것으로 안다"며 "불가향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병원의 경우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전문의 이탈이 가속화고 있어, 정상화가 더욱 요원하다는 것이다.
먼저 수련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들과의 형평성 문제나 전공의들 간 갈등도 해결과제로 남았다. 의사와 의대생만 가입 가능한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복귀 전공의·의대생을 겨냥한 보복성 협박글이 올라오자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교육부의 의뢰로 11일 작성자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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