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폭염 속 숨진 23세 베트남 국적 일용직 노동자 A씨 사건과 관련, 공사 현장의 안전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은 10일 사고 현장을 점검한 결과 '휴게시설 설치 및 관리 기준' 위반 사항을 적발해 사업자 측에 시정 지시했으며 과태료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태료는 1건당 500만 원이다.
구미지청에 따르면 현장에 설치된 휴게시설 내부 온도와 습도, 근로 현장과의 거리 등을 확인한 결과 여러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 사고가 난 공사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노동자는 "컨테이너 휴게실이 두 개 있었지만 현장과 멀고 좁아서 이용자가 많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구미지청은 또 해당 사업장이 작업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 이수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최근에 시정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미등록 외국인 신분이었던 A씨는 사망 당일 거푸집 설치 작업에 투입됐다.
구미지청 관계자는 "사업자 측에서 A씨가 미등록 외국인인 걸 알고도 작업에 투입했는지, 안전교육 이수 여부를 확인했는지 등도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고용노동청은 원청과 하청 업체 대표 및 업무 책임자들을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경찰 역시 공사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첫 출근 날이던 지난 7일 오후 4시 40분께 구미시 산동읍의 아파트 공사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그는 퇴근 직전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돌아오지 않아 동료들이 찾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한국인 노동자들은 폭염 속 조기 퇴근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오후 5시까지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구미 낮 기온은 37.2도였고 당시 A씨의 체온은 40.2도였다.
대구노동청은 A씨 부검 결과 외상 흔적은 없었으며, 정확한 사인 판명까지는 조직검사 등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구노동청 관계자는 "A씨가 미등록 외국인인 것과 관계 없이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이후 공사장 작업은 나흘째 전면 중단된 상태다.
한편 A씨의 이야기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화섬식품노조 조에티스 지회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알려졌는데, 빈소도 없이 쓸쓸하게 치러진 사실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노위는 SNS를 통해 "여름철 농사일이 너무 힘들어 체중이 4kg 빠진 상태에서 건설 현장으로 일자리를 옮겼지만, 첫 출근 날 더위에 앉은 채로 돌아가셨다"며 "죽음도, 장례도 이주노동자는 차별을 넘어 외면당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A씨의 빈소는 구미 강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지만 회사 관계자나 노동부, 원청·하청 관계자들은 찾지 않았고 베트남 친구 몇 명만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노위는 "장례식장에 위패도 없고, 상차림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며 "아무도 없는 장례식장에서 쓸쓸함과 분노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서원 스님은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도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같은 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폭염을 ‘사회재난’으로 규정하며 A씨 사망에 대해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