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되었다. 티메프 사태는 싱가포르에 설립된 한국계 이커머스(e-commerce) 업체인 큐텐과 한국 내 계열회사인 티몬, 위메프가 플랫폼 내 판매업체들에게 정산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게 되면서 대규모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 사건이다.
이보다 3년 전인 2021년 8월 전국을 뒤흔들었던 소위 ‘머지포인트 사태’를 계기로 선불업 등록 면제기준 강화, 선불전자지급수단 할인발행 제한, 선불충전금 보호 등을 주요 내용으로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었는데, 공교롭게도 개정법 시행(2024년 9월) 직전에 티메프 사태가 터진 것이다(티메프 사태에서도 무분별한 상품권 할인발행을 통한 정산대금 돌려막기가 문제되었다).
티메프 사태 발생 이후 정부 차원의 TF가 구성되었다. 금융당국은 판매업체들에게 유동성을 지원하고 소비자들의 결제취소·환불 절차를 도왔고, 관계부처 논의를 거쳐 2024년 9월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 개선안에서는 PG사의 정산자금 보호장치 마련, PG업 진입규제 강화, 경영지도기준 미준수 시 행정조치 근거 마련 등 PG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방향이 제시되었다. 금감원은 올해 초 검사업무 운영 계획을 배포하면서 대형 전자금융업자(빅테크사)에 대해 올해부터 정기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5월에 네이버파이낸셜에 대한 정기검사를 개시했다.
상기 논의를 반영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도 발의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이커머스 등의 영업 특성을 고려한 PG업의 범위 조정이다. PG업은 본질적으로 “제3자(타인) 간”의 대금결제를 대행하는 영업이다. 그런데 현행 법규정과 그간 금융당국 실무해석에 따르면 이커머스와 같은 일반 상거래 업체들이 “자기 사업” 영위의 일환으로 수행하는 내부 정산 업무까지 모두 PG업의 범위에 해당하게 되는데, 이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예전부터 있어 왔다. 이를 고려해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PG업을 (자기사업이 아닌) 제3자 간 거래의 대가 수수·정산업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명확히 하고, 이커머스, 대규모유통업자, 프랜차이즈본사(가맹본부) 등이 자기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각각 판매업체, 납품업자, 가맹점사업자에 대한 관계에서 처리하는 내부정산업무는 PG업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맞추어 (내부정산업무를 수행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이커머스업체를 대규모유통업자로 의제하고 판매대금 별도관리의무 및 정산기한 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도 발의되었다(소위 ‘티메프 방지법’).
문제는 작년에 발의된 개정안이 대통령 탄핵과 대선 정국을 거치면서 반년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그 사이에 올해 3월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 발란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터졌고, 발란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규제 공백을 해소하고 제도를 정비하기 위한 방법론을 논의하는 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다만 논의가 지연되는 와중에 또 다른 ‘OO 사태’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규제당국과 국회, 관련 업계가 지혜를 모아 속도감 있게 제도를 정비하고 대응해 나갈 필요성이 제기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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