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항암 신약 ‘OCT-598’은 앞으로 내놓을 ‘항내성제 플랫폼’을 테스트해보기 위한 물질입니다. 궁극적인 항암 치료를 위해서는 치료제 내성 극복이 필수적이지만 항내성제 개발은 오스코텍(039200)이 세계 최초인 만큼 시장 잠재력이 크다고 봅니다.”
윤태영(사진) 오스코텍 대표는 13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암을 치료하려면 암세포를 죽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암세포가 치료제에 저항하는 과정을 동시에 막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스코텍이 개발 중인 OCT-598은 암세포 사멸 과정에서 활성화돼 종양 재생을 돕는 프로스타글란딘E2(PGE2)의 수용체 EP2와 EP4를 저해해 항암제 내성 발현을 차단하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올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하반기부터 OCT-598을 단독 투여하거나 세포독성항암제인 ‘도세탁셀’과 병용했을 때 유효성·내약성·안전성 등을 평가한다.
업계에서는 오스코텍이 OCT-598과 도세탁셀을 병용 임상시험하는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현재 부동의 매출 1위 의약품인 ‘키트루다’의 등장 이후 면역항암요법이 1차 치료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세포독성항암제와 병용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EP2와 EP4 저해제를 개발하고 있는 경쟁사들을 추격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선 경쟁사들이 면역항암제와 병용으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하는 동시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며 “치료 효과가 오래 지속되고 그만큼 내성 발현도 늦어지는 면역항암제의 특성을 고려하면 OCT-598과 세포독성항암제를 병용하는 것이 빠르게 승부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쟁사들은 EP2와 EP4 저해제를 항내성제가 아닌 면역항암제로 개발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도전하는 항암제 내성 억제 물질인 만큼 실제로 작용할 지 증명해야 할 난관이 많다. 기존 항암제들은 종양 크기를 얼마나 줄이는지로 효과를 증명했지만, OCT-598은 종양 크기가 줄어들다가 다시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효과를 증명해야 한다. 윤 대표는 “비임상 모델 설계부터 하나하나 직접 확립해가는 상황에서 임상 1상 설계가 받아들여질지 걱정했지만 한 달 만에 FDA 승인을 받았다”며 “OCT-598 임상은 항내성 효능 증명뿐 아니라 앞으로 오스코텍이 내놓을 항내성제 플랫폼의 임상 개발 노하우를 축적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오스코텍은 OCT-598의 뒤를 이을 여러 선도 및 유효물질을 통해 ‘항내성제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췌장암을 대상으로 개발 중인 선도물질 ‘P4899’가 대표적. P4899는 종양의 재증식을 막을 뿐 아니라 섬유화를 억제하는 기능을 갖췄다. 췌장암은 심한 섬유화를 동반해 항암제가 종양에 침투하기 어렵도록 만드는 만큼 섬유화 억제가 항암제 내성 극복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윤 대표의 판단이다. 윤 대표는 “혁신신약(First-in-Class) 가능성이 있는 항내성제 연구 프로젝트를 3개 정도 진행 중”이라며 “그 연구 결과들은 앞으로 각종 국제학회에서 조금씩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항내성제 플랫폼의 막대한 잠재력은 수많은 암종에서 수많은 항암제와 병용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 있다. 윤 대표는 “어떤 암에서 어떤 항암제를 썼을 때 어떤 타깃을 억제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내성 발현을 막을 수 있을지 밝혀내는 것이 핵심 이슈”라며 “항내성제 시장이 블루오션이지만 그만큼 모르는 영역도 많기 때문에 바이오마커(생체지표) 활용 연구 등 학계와 다양한 공동 연구를 추진하려 한다”고 전했다.
바이오마커 기반 연구는 오스코텍의 또 다른 신약 후보물질 ‘세비도플레닙’의 개발 방향 확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오스코텍은 최근 세비도플레닙 대상 환자를 기존 면역혈소판감소증(ITP)에서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윤 대표는 “류마티스 관절염이라고 뭉뚱그려 얘기하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환자들이 존재하는 만큼 바이오마커를 잘 써서 세비도플레닙에 잘 반응하는 환자를 골라내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ITP로 빠르게 상업화하는 방안을 포함해 세비도플레닙의 가치를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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