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14일 사상 처음으로 12만 달러를 돌파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가상자산의 본질적 가치를 둘러싼 의구심은 여전하다. 세계적인 투자 대가들 사이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이 장기적으로 수백 만에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는 반면 투기 수단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최근 비트코인이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국가 부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트코인과 같은 탈중앙화 자산이 달러의 위상을 일부 대체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특히 그는 주요 국부펀드와 기관투자가들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비트코인을 2~5% 비중으로 편입하기 시작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최고 70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아크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는 한층 더 대담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는 기본 시나리오만으로도 2030년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120만 달러에 도달할 수 있으며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240만 달러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기관 수요 확대, ‘디지털 금’으로서의 위상 강화,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금융산업의 성장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반면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전설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은 과거 “전 세계 비트코인 모두를 25달러에 사라고 해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내재 가치가 아닌 대중의 투기 심리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역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과거 비트코인을 ‘사기(fraud)’라고 부르고 가상자산을 ‘애완용 장난감(pet rock)’에 비유했다. 다만 최근에는 자사 고객들이 비트코인을 매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그의 시각이 변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그는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흡연할 권리를 옹호한다”며 자신의 시각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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