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부부가 다른 공간에서 따로 잠을 자는 '수면 이혼(Sleep Divorce)'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수면의학아카데미가 지난 2023년 3월에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러한 현상을 보도했다.
해당 조사를 보면, 미국 성인의 35%는 파트너와 정기적으로 또는 자주 ‘각방 수면’을 한다고 답변했다. 연령대별로는 27~42세가 43%로 가장 높았고, 43~58세는 33%, 59~76세는 22%로 연령이 낮을수록 각방을 쓰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응답자 중 한 부부는 “연애를 할 때는 같이 자는 게 문제가 없었는데, 갱년기 증상으로 자던 중 덥다며 이불을 걷어차 불편한 일이 많아졌다”며 “지금은 어떤 날은 같이 자고, 어떤 날은 따로 잔다”고 말했다.
결혼한 지 20년 가까이 됐다는 한 부부는 결혼생활 중 절반 이상을 각자의 방에서 지내왔다. 아내는 "남편의 심한 코골이와 하지불안증후군 증상 때문에 밤새 다리를 움직이거나 얼굴을 치는 일이 많아 결국 따로 자게 됐다"고 밝혔다. 2017년부터 따로 잤다는 이들 부부는 “잠을 잘 자야 인내심도 생기고, 상대에게 집중할 여유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수면 이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수면 전문가는 “과거에도 부부는 따로 자는 경우가 많았다”며 “부부끼리 대화를 통해 결정했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심한 코골이와 이갈이, 몸부림 등은 외려 부부관계를 악화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각방 생활이 되레 서로에 대한 배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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