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이 뛰어들며 중국 배달 시장이 과열돼 ‘0원 배달’ 사례까지 이어지는 출형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메이퇀(노랑), 어러머(파랑)가 양분하던 중국 배달앱의 경쟁은 빨간색 징둥의 합류로 3색 3국지로 달아올랐다. 소비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 소비자들은 가벼워진 주머니로도 이용이 가능해진 측면이 있지만 오히려 지나친 가격 인하 경쟁은 식품 산업의 질적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14일 중국 후난일보 등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배달앱들의 보조금 전쟁이 시작되면서 텐센트 계열의 메이퇀, 알리바바그룹 산하의 타오바오-어러머 등이 주말마다 쿠폰을 대규모로 배포하고 있다. 이들 중국 대형 배달 플랫폼은 ‘25위안(약 4818원) 이상 주문 시 24위안(약 4625원) 할인’, ‘밀크티 0위안’ 등의 파격적인 할인을 제공해 하루 만에 2억 건의 주문을 기록했다. 가격대에 따라 구간을 나눠 일정 금액 이하는 배달비는 물론 음식값까지 모두 받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주문이 폭주하는 것으로 보인다.
타오바오는 이달 2일 500억위안(약 9조 6350억 원) 규모의 보조금 계획을 발표하며, 향후 12개월 동안 소비자와 매장에 현금 쿠폰과 무료 주문권 등 형태로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히며 출혈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타오바오와 어러머는 이달 첫 주말인 지난 5일 쿠폰을 대량으로 뿌렸고, 하루 주문량은 8000만건을 넘겼다. 두 달 전인 5월 초 일일 주문량이 1000만 건을 돌파한 지 두 달 만에 8배나 뛰었다.
일주일이 지난 12일이 되자 경쟁 규모는 더욱 커졌다. 타오바오와 어러머의 무료 행사에 중국 1위 배달앱 메이퇀이 가세했다. 메이퇀은 메인 화면에 ‘0위안 배달’ 쿠폰 배너를 전면에 배치하고 맞대응했다. 무료 구매 메뉴에는 루이싱커피(커피), 미쉐빙청(밀크티·아이스크림), 구밍(밀크티) 등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자주 등장했다. 만두 체인점 ‘바비만터우’와 즉석 죽으로 유명한 ‘만링저우’ 등도 할인 배달 대상 업체였다.
불 붙은 배달 경쟁에 후발주자인 징둥이 동참하며 할인 전쟁은 심화됐다. 징둥은 100억 위안(약 1조 9267억 원)을 투입해 할인 경쟁에 뛰어들었고, 배달 음료 가격은 크게 내려갔다. 주문이 몰리면서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는 밀크티 100여잔이 쌓인 매대와 음료를 기다리는 배달 기사, 소비자로 가득한 매장의 모습이 잇따라 공유됐다. 폭주하는 주문량에 서버가 다운되고, 상인들은 매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한 병원에는 하룻밤 사이에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은 라이더 7명이 입원하기도 했다고 후난일보는 전했다.
중국 경제 데이터 분석업체 윈드에 따르면 중국의 배달 시장 규모는 지속적인 성장세 속에 1조위안(약 193조 원)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배달앱 이용자는 약 5억 9200만명이다.
중국 배달앱 시장은 수년 동안 메이퇀이 65%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어러머가 나머지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였다. 양강 구도는 올해 자본력을 앞세운 징둥이 뛰어들면서 3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상품 가격 인하는 물론 배달원 유치까지 전방위적 경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이를 두고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5월 당 중앙사회공작부와 중앙인터넷정보판공실, 인력자원사회보장부, 상무부 등과 함께 3대 배달 업체를 소환해서 업계 내 경쟁 과열 문제를 별도로 지적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번 ‘배달 전쟁’이 장기간 이어져 올해 2분기에만 모두 250억 위안(약 4조 8200억 원)을 투자한 3대 업체가 대규모 손실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어러머가 410억 위안(약 7조 9044억 원), 징둥이 260억 위안(약 5조 12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메이퇀의 영업이익은 250억 위안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플랫폼으로 주문이 몰렸지만 상인, 라이더에게로 이어지는 비용 전가 체계는 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플랫폼 트래픽으로 인해 상인들은 보조금의 70% 이상을 부담해야 했다. 이번 할인 경쟁 속에 24위안짜리 소고기 국수 한 그릇은 실제로 8위안도 못 벌었고, 수익은 1위안 가까이까지 쪼그라들었다. 일부 식당들은 생존을 위해 재료 양을 줄이고,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를 사용하고, 심지어 포장비까지 부풀려 ‘저가 트래픽-품질 붕괴-고객 손실’의 악순환에 빠졌다. 라이더들은 주문량이 급증해 수입이 늘어나긴 했지만 하루 10시간 이상 고강도 노동으로 안전 위험도 급격히 증가했다. 소비자들은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건강 초과 인출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 사용자는 ‘전액 할인’을 상쇄하려 불필요한 식품을 구매하기도 했고, 기한이 지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주문 등으로 식품 안전을 위협받기도 했다.
후난일보는 음식 배달 업계의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원가 이하 판매와 알고리즘 악용을 근절하고, 보조금 상한선을 설정하고, 책임감 있는 철벽 방어막으로 업계의 안전을 보호하고, 플랫폼이 라이더의 배달 부담을 덜어주도록 강제하는 동시에 ‘식품 안전 인증’과 주방 생중계를 통해 탄탄한 안전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