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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았지만 다른 두 피아니스트,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울렸다

■'사제지간' 손민수·임윤찬 현대카드 기획 공연

서로 마주보며 호흡 '눈길'

완벽한 조화로 풍성한 사운드

임윤찬(왼쪽)과 손민수가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카드·목프로덕션




두 피아니스트는 닮았지만 달랐다.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음악에 대한 공감대와 열정은 비슷했으나 ‘청년’ 임윤찬의 내면에서 솟구치는듯한 격정적인 타건(打鍵)과 ‘중견’ 손민수의 품이 넓은 연주는 각자의 고유한 색채를 가졌다.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 공연에서 두 음악가는 완벽에 가까운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사제지간인 둘은 2021년 포항음악제에서 라벨의 ‘라 발스’를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한 바 있으나 단독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 공연 시리즈가 처음이다.

무대는 두 대의 피아노를 마주 보게 하면서도 연주자 간 거리를 좁혀 서로의 표정을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퍼스트 피아노’는 무대 앞쪽, ‘세컨드 피아노’는 뒤쪽에 배치됐지만 이번 프로그램들은 두 피아노가 복잡하게 얽히고 조화를 이루는 곡들이어서 퍼스트가 일방적으로 주도하지 않았다. 손민수는 “어느 파트를 누가 맡을지 즉흥적으로 결정했고, 솔직히 왜 그렇게 정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고 말했다.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하는 1부에서는 손민수가 퍼스트 피아노를 맡았다. 이 곡은 원래 피아노 5중주(Op.34)를 두 대의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한 작품으로 풍부한 멜로디와 변주, 중후함과 에너지를 요한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부드러운 현악 대신 피아노의 묵직함과 웅장함으로 피아노 듀오 걸작을 완성도 높게 들려줬다.

2부에서 자리를 바꿔 퍼스트 피아노를 맡은 임윤찬은 마치 격정적인 춤을 추듯 폭발적인 연주를 선보였다. 그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에서 밀도 높은 터치로 어두우면서도 다이나믹한 춤곡을 끌고 나갔고, 손민수는 파트너가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안정된 연주로 조화를 만들어냈다.

이날 공연에서는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작곡가 이하느리가 두 대의 피아노로 편곡한 버전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장미의 기사’ 오페라의 주요 테마들을 엮은 이 교향시는 원래 오케스트라 곡으로 피아노 듀오 편곡 자체가 세계적으로 드물다. 임윤찬이 극찬한 10대 작곡가 이하느리의 편곡은 원곡의 우아함과 화려함, 쓸쓸한 정서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주 내내 손민수와 임윤찬은 자주 서로의 눈을 맞추며 호흡을 맞췄다. 때로는 하나의 악기처럼 완벽한 조화를, 때로는 수십 대의 악기가 합주하는 듯한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두 시간 가까운 연주가 끝난 뒤 객석에서 뜨거운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연주에 몰입해 온몸이 땀에 젖은 임윤찬은 무대가 끝나자 수줍은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손민수는 그런 제자의 손을 이끌며 관객의 환호에 화답했다. 앙코르로 ‘장미의 기사 모음곡’ 중 ‘퀵 왈츠’를 들려줬다.

이들은 15일 예술의전당에서 한차례 더 공연한 뒤 스위스 베르비에에서 열리는 ‘2025 베르비에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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