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1기 내각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대부분 증인 없이 고성만 오가는 파행으로 얼룩지고 있다. 15일 국방부·국가보훈부·환경부·중소벤처기업부 등 4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증인 채택과 자료 제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맹탕 청문회’라는 지적을 받았다. 여당 의원들은 장관 후보자 ‘방탄’에만 전력하고 야당 의원들은 ‘송곳 질문’을 하지 못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정책 역량을 검증하는 청문회 본연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한 후보자가 대표로 있던 네이버의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한 주요 증인 채택이 무산됐다. 국회 보좌진에게 쓰레기 정리 등을 시켰다는 ‘갑질 의혹’이 제기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더불어민주당의 거부로 피해자 격인 전직 보좌관이 출석하지 못했다. 정동영 통일부, 전재수 해양수산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증인이 한 명도 없었다.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16일 청문회에는 충남대 연구윤리위원장 한 명만 증인으로 참석한다. 이 후보자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과 둘째 딸의 위법 조기 유학 논란이 제기돼 전국교직원노동조합마저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18일 열리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이해 충돌 논란을 빚은 배우자의 증인 채택이 불발됐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제출한 자료의 양과 내용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불충분한 자료에 증인마저 없는 청문회는 검증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거대 여당의 반대로 마땅히 이뤄져야 할 증인들의 진술 및 사실 확인이 생략되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 검증은 원천 차단된다. 증인이 없다면 ‘듣는 모임’이라는 뜻의 청문회(聽聞會)라고 할 수 없다. ‘무늬만 청문회’라는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의회·행정 권력을 모두 장악한 여권이 집권 이후 검증 기준을 바꿔 후보자 구하기에만 주력한다면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결격 사유가 드러난 장관 후보자들은 걸러지도록 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고 이재명 대통령이 외치는 ‘정의로운 통합 정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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