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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녹슬었던 크레인에 '한화' 선명…"건조량 10배 확대"

◆'한미 조선동맹 상징' 한화 필리조선소 가보니

K조선 DNA 심고 활력 되찾아

향후 LNG운반선 등 사업 확장

美 해군 전투지원함도 추진 중

숙련공 직접 키워 인력난 해소

"국내 조선업 동반성장 이끌 것"

16일(현지 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필리조선소 제4도크에서 한화 글자가 새겨진 골리앗크레인이 한창 작업을 하고 있다. 이태규 특파원




16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필리조선소에서는 해저 암석 설치 선박 진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난해 12월 한화가 조선소를 인수한 후 두 번째로 진수되는 선박이다. 지난해만 해도 군데군데 녹이 슬었던 골리앗 크레인은 한화의 상징색인 주황색에 ‘Hanwha’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진 채 쉬지 않고 가동되고 있었다. 이종무 한화필리조선소장은 “조선소를 지난해 말 인수했지만 골리앗 크레인에 ‘Hanwha’ 로고는 최근에야 칠했다. 페인트 칠을 하려면 크레인을 멈춰야 하는데 칠할 시간도 없이 계속 가동을 했기 때문”이라며 분주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미 조선 동맹의 상징으로 떠오른 한화필리조선소는 한화오션(042660)(지분율 40%)과 한화시스템(272210)(60%)이 총 1억 달러를 투자해 지난해 12월 노르웨이 아커사(社)로부터 인수했다. 한화는 미국 동부 최대 상선 건조 시설인 이곳에 한국 조선업의 DNA를 이식, 선박 건조량을 늘려 한국 조선사의 능력을 입증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었다.

한화는 현재 1~1.5척 수준인 필리조선소의 연간 건조량을 한국식 공정 효율화와 스마트 야드 기술을 적용해 10년 내 10척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소장은 “미국 측에서 ‘한화가 한국에서는 (빠른 선박 건조를) 해봤지만 미국에서는 아직 안 해보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없지 않다”며 “하지만 우리가 해내면 미국 측에서 우리에게 주문 물량을 더 많이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필리조선소의 현재 수주 잔액은 미 국가안보다목적선박(NSMV) 3척, 해저 암석 설치 선박 1척, 컨테이너선 3척 등 총 7척이다. 미국 규정에 묶여 있는 상황이라 지금은 상선만 건조하고 있다. 미국 군함을 건조하려면 미 정부로부터 면허를 따내야 하는데 현재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화 관계자는 “향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으로서의 사업 확장뿐만 아니라 해군 함정의 블록이나 모듈 공급,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 함정 건조를 위한 준비도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최고경영자(CEO)는 “해군의 전투함뿐 아니라 전투지원함 건조에 쓸 추가 국방 예산 200억 달러(약 27조 8000억 원) 이상이 이미 승인됐다. 상원과 하원은 이 예산 세부 집행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해군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제공요청서(RFI) 2~3개를 제출했으며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며 “정부는 예산을 승인하고 있고, 우리는 지금 사업 신청과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16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견습공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이태규 특파원


필리조선소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고질적인 인력난이었다. 2차 세계대전까지 전 세계 조선업을 주름잡았지만 이후 쇠퇴하며 미국 내 조선 관련 숙련공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한화가 인재 양성에 사력을 다하는 배경이다. 현재 170명이 넘는 견습생들이 필리조선소에서 용접·기계조작 등 조선업에 필수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마이클 지안토마소 한화필리십야드 인사팀 부사장은 “견습생은 각종 복지 혜택, 연금, 유급 휴가 등을 받으며 첫해 5만 달러(약 7000만 원)의 급여를 받는다”며 “최근 20명을 충원하기 위한 공고에 200명이 지원했다”고 귀띔했다.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다 보니 지방 정부도 적극적이다. 김 CEO는 “한화는 필리조선소 인수 이후 올해 첫 3개월 동안 지난해 필리조선소에 투자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며 “올해 연간 전체로 보면 지난 10년간 필리조선소에 투자된 돈보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게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김 CEO는 “많은 시설·건물을 확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때로는 허가를 받는 데만 3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시와 주, 연방정부 모두 최대한 빨리 허가를 내주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한국 사업장과의 연계를 통해 국내 조선 산업과도 동반 성장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미국 법 상 한국에서 선체 블록을 만들어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미국의 사정을 고려할 때 규정이 완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거제 사업장에서 블록을 생산해 미국으로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국내 조선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 중소기업들의 동반 해외 진출도 도모할 수 있다.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한화필리십야드에 전수해 한미 조선 동맹에 기여하고 북미 조선·방산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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