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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200년만의 폭우에 85세 할머니는 판때기 하나로 버텼다

기록적 폭우에 가평군 곳곳 쓰나미 지나간 듯 폐허

상수도·전기·통신 복구 지연…실종자 수색 난항

김동연 지사, 중앙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 재요청

道 차원 특별지원구역 선포도 검토…일상회복지원금 지원

22일 오후 경기 가평군 조종면 초입에 자리한 휴게소 건물이 지난 20일 집중호우에 중심을 잃고 하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밤 11시였답니다. 뒷산에서 큰 소리가 나 나가보니 어머니집과 마을회관 사이 샛길로 흙탕물이 밀려들어 오더래요. 85세 어머니가 밤새 혼자 판때기로 길목을 막아 도로 쪽으로 물길을 텄답니다. 폭우 때문에 걱정이 돼 서울에서 전화했지만 연결도 안 돼…."

22일 오후 경기 가평군 조종면 신상1리회관 인근에서 만난 A씨(여)는 지난 19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가평 일대에 들이닥친 집중호우로 인해 어머니 송모(85)씨가 수마와 벌인 사투를 상상하며 몸서리쳤다. 그는 남편과 함께 친정집의 침수된 세간살이를 들어내며 “200년만의 폭우라는데 목숨만 건진 것도 어디냐”고 말했다. 수도기계화보병사단 비호여단 돌진대대 장병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를 돕고 있었지만 홀어머니가 일상을 회복하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하천 근처에서 캠핑장을 한다는 70대 B씨는 20일 새벽 거센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더니 이미 집 안까지 흙탕물이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고 전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남편 손 꼭 잡고 마을회관으로 몸을 피했단다. 이웃집에 거동이 불편한 80대 할머니 2명이 살고 있는데 다행이 연락을 받은 이장이 두 노인을 무사히 대피시켰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22일 오후 경기 가평군 조종면 마일리에서 관계 당국이 지난 20일 산사태로 발생한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A씨와 B씨 가족에게는 불행 중 다행인 하루였다. 하지만 신상리에서 20여 분 떨어진 마일리에서는 지난 20일 새벽 캠핑을 하던 일가족 4명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에 휩쓸려 40대 가장은 숨진 채 발견됐고, 2명은 실종 상태다. 기상예보 보다 2.5배에 달한 집중 호우는 인근 대보리 낚시터와 덕현리에서도 각각 1명의 실종자를 만들었다.

21일부터 기상상태가 호전되면서 가평군청을 비롯해 군부대, 경찰, 소방 등에서는 인력을 총동원해 복구와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가평군 시내만큼은 평온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도로 양 옆으로 토사와 건물 잔해, 뿌리 째 뽑힌 나무들이 뒤엉켜서 있어 마치 쓰나미가 휩쓸고 간 폐허를 연상케 했다.



조종면 초입의 200㎡ 규모의 휴게소 건물은 침몰 직전의 배처럼 하부가 하천 쪽으로 기울어져 사흘 전 폭우의 위력을 간접적으로 실감케 했다. 소방당국은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호우 때 끊긴 상수도와 전기, 통신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데다 도로유실도 심각한 상태라 원활한 복구는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삶의 터전을 떠나지 못하고 영상 30도가 넘는 뙤약볕 아래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주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2일 오후 경기 가평군 조종면 신상1리회관 인근 침수피해 가구를 찾아 복구작업에 나선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가평군은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한 각계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주택붕괴와 침수, 그리고 농작물 피해가 속속 확인되면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투입되는 일손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22일 오후 현재 가평지역에서는 인명피해 외 재산 피해만 34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여름 캠핑 명소인 계곡 곳곳이 쑥대밭이 되면서 물적 피해는 현재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태다.

지난 20일에 이어 2번째로 피해 현장을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실종자 수색과 피해 복구에 행정력을 총동원할 것을 약속하면서 가평과 인근 포천 일부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중앙정부에 다시 한 번 요청했다. 김 지사는 필요하다면 도 차원 특별지원구역 지정을 통해 해당 지역에 복구비와 일상회복지원금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200년만의 폭우에 85세 할머니는 판때기 하나로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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