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정부, 초콜릿·커피 등 가공식품 물가 집중관리 나선다[Pick코노미]

“이상기후·환율 급등에 누적 물가 고착화…서민 체감물가 자극”

22일 李 대통령 “물가 납득 안 돼” 발언에 물가당국 분주

"오를 땐 빠르게, 내릴 땐 더디게"…구조적 요인도 문제

사진은 7일 서울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서민 소비품목인 가공식품 가격이 올해 상반기에 가파르게 오르자 정부가 초콜릿·커피·양념소스 등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물가 특별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에서 “물가가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자꾸 오른다”며 “물가 관리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임해달라”고 지시한 데에 따른 후속 조치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23일 라면, 빵, 커피, 초콜릿 등 가공식품과 수박·멜론 등 농축산물 가격 동향을 상시 점검하고 급등 품목을 전담 관리하기로 했다. 물가관리 책임실명제 대신에 품목별 집중관리체계를 도입해 TF를 꾸리고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누적된 고물가, 최근 급등까지…서민 체감물가에 직격탄


실제 올해 1~6월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평균 3.7%로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크게 웃돈다. 특히 1~6월에 가장 많이 오른 가공식품 품목 순서로 초콜릿(16.43%), 양념소스(14.48%), 커피(8.85%), 탄산음료(6.7%), 빵(5.6%)이었는데 평균 5~20%대 상승률을 보였다. 해당 주요 품목은 서민들이 자주 소비하는 식품이라는 점에서 체감물가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거기에다 최근 들어 상승세가 더욱 뚜렷하다. 지난달(6월)만 보더라도 양념소스는 전년 대비 21.3%, 초콜릿은 20.4%, 커피는 12.4%, 탄산음료 8.0%, 라면 6.9%씩 크게 뛰었다.

하지만 문제는 윤석열 정부 들어선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 여파로 가공식품 물가가 급등해 물가 레벨 자체가 높다는 점이다. 향후 상승률이 둔화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서민들이 많이 사먹는 커피와 라면, 탄산음료 가격이 비싸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도 22일 시민들에게 받은 메시지와 온라인 내용을 소개하며 “수박을 비싸서 못 사 먹었는데 수박 한번 사 먹어야 되겠다부터 애들 고기 좀 먹여야 되겠다 이런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 역시 이같은 서민 물가가 높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도 후보자 시절 첫 기자간담회에서 “어떻게 보면 민생경제의 가장 큰 사안은 당장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의 물가, 특히 생활물가"라며 "당장 사는 계란, 라면, 콩나물 가격 이런 부분에 우선으로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기재부와 농식품부는 가공식품 물가 누적 상승분이 서민 물가 전반에 고착된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2022~20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충격과 곡물·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은 가공식품 물가를 분기마다 6~9% 가까이 끌어올렸다. 당시 러우전쟁 발발 이후 국제 곡물·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었다. 그 결과 22년 1분기에 가공식품 가격이 전년 분기 대비 5.3% 급등했고, 같은 해 2분기 7.6%, 3분기 8.4%, 4분기 9.7% 상승률을 기록하며 10%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후 23년 1분기 9.9%, 2분기 7.6%, 3분기 6.3%, 4분기에 4.7% 상승률을 기록했다. 2022년에 살인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면 통상 기저효과로 다음해에 상승률이 둔화되지만 2023년에도 여전히 4~9% 상승률을 기록하며 높아진 가격의 고착화가 이어졌다.

최근 가공식품 물가 급등 1차 원인은 ‘이상기후·환율 급등·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2024년에는 한때 1~2%대 상승률로 안정세를 되찾는 듯 보였으나 12.3 비상계엄 여파와 정권 교체기 불확실성 속에 가공식품 물가가 다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1분기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3.0%로 올라섰고, 2분기에는 4.3%까지 급등했다. 6월 한 달만 보면 일부 품목은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올랐다.



올해 가공식품 가격 급등의 1차적인 원인은 이상기후와 원·달러 환율 급등이다. 원달러 환율만 보더라도 2024년 1월만 해도 1320원이었지만 올해 1월에 1459원까지 돌파하며 1년 전보다 10% 가까이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가공식품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원재료 생산량 급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가령 초콜릿 원재료인 카카오는 서아프리카 지역의 가뭄과 병충해로 생산량이 급감하며 가격이 폭등했다. 양념소스도 이상기후로 인한 국내산 농산물 작황 부진이 겹치며 최근 가격이 크게 올랐고, 외식업체 수요 증가에 따른 업소용 단가 인상도 겹쳤다. 커피 역시 브라질·베트남 등 주요 생산국의 이상기후로 커피 원재료인 원두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수입 단가가 올랐다. 빵도 밀가루, 버터, 계란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이다.

이와 함께 알루미늄 캔을 사용하는 캔 음료와 햄도 알루미늄 캔과 같은 부재료 가격 상승에 직격탄을 맞았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제 알루미늄 가격은 2023년 1톤당 2250달러에 불과했지만 2024년 2419달러, 2025년 1~3월 2627달러로 뛰어올라 2년 사이에 약 17% 상승했다. 캔 용기의 원가 부담이 탄산음료 가격에 그대로 전가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상기후와 국제 시장의 공급 충격, 환율 상승, 인건비와 전기료 상승 등이 맞물리며 가공식품 가격을 지속적으로 밀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도 물가상승에 직격탄…정치적 혼란기 틈타 기습 인상


하지만 12.3 비상계엄 여파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정치적 혼란을 틈타 가공식품 업계가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린 탓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불법적인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 가격 통제력이 약화된 틈을 타서 가공식품 업계가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가공식품 업체들이 정치적 리더십 공백을 틈타 눈치 볼 필요 없다는 분위기로 가격을 공격적으로 올린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치적 혼란기를 틈탄 가격 상승에 대해 정부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발언이 나왔다. 지난달 당시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이 대통령에게 물가 관련 보고를 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가공식품 위주로 맥주나 라면 같은 품목에서 그간 억제해왔던 가격이 많이 오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통제 아래 억눌려 있던 일부 품목 가격이 비상계엄 후부터 새 정부 출범 전까지 6개월간 통제력을 잃고 풀렸다는 점을 공식 인정한 발언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 가격 레벨 자체가 높고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번 오른 가공식품 가격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는 내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굳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서 원자재 가격이 오를 땐 빠르게 출고가를 올리지만, 가격이 안정되거나 하락해도 이를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구조가 체감물가 상승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단순한 국제 원재료 가격 상승 외에 구조적·국내적 요인도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기에 이같은 업계 관행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정부 내부에서 분출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당분간 상반기에 크게 급등한 가공식품 주요 품목에 대해 시장 모니터링을 실시간 강화하고 물가 급등 품목에 대한 집중 관리에 들어갔다. 농식품부는 가공식품 물가 TF를 가동해 품목별 담당자가 수시로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즉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식품·유통업계가 7~8월에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최대 반값’ 할인 행사를 내걸고 라면·빵·김치·삼계탕 등 가공식품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부는 이와 같은 일시적인 할인 행사가 아니라 할인 행사의 지속과 함께 출고가 인상요인이 최대한 억제될 수 있도록 유통마진 점검을 민간 부문과 협업해 대응 수단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가공식품과 농수산물 유통구조 재정비에 나서 조만간 관련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자주 사는 식품부터 꼼꼼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