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가족의 뜻을 거슬러 연애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한 젊은 부부가 '명예살인'을 당한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돼 당국이 용의자 검거에 나섰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dpa 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정부는 전날 해당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 1명을 붙잡았으며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전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발루치스탄주에서 전통 부족회의인 '지르가'의 결정에 따라 피해 부부를 총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영상에는 남성 10여 명이 픽업트럭에 탑승한 채 부부를 사막으로 끌고 가 총격을 가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 영상은 가해자들이 직접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부 장관은 SNS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에 이 영상을 공유하며 피해자들이 연애 결혼 후 약 1년 반 동안 도피 생활을 해오다 끝내 붙잡혔다고 전했다. 그는 "지르가가 부부를 속여 귀환하게 만든 뒤 사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주 정부는 영상 속 장소와 등장 인물, 관련 부족의 신원을 모두 특정했다고 밝혔으며 경찰이 체포 작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사르프라즈 부그티 발루치스탄주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이 사건은 테러방지법에 따라 정식 접수됐고 현재 용의자가 구금된 상태"라며 "극악한 범죄인 만큼 끝까지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에서는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이 직접 구성원을 살해하는 명예살인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인권단체 파키스탄 인권위원회(HRCP)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명예살인 사건이 405건에 달했으며 해마다 약 1000 여명의 여성이 이러한 이유로 숨지고 있다.
명예살인은 파키스탄뿐만 아니라 인도, 중동, 북아프리카 등 일부 이슬람권 국가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문제다. 특히 파키스탄은 2018년 기준 인구 대비 명예살인 발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파키스탄 정부는 2016년 관련 법을 개정해 명예살인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최소 25년형을 선고하도록 하고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를 용서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조항도 일부 폐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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