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타국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저희에게 이렇게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을 되찾은 아이와 함께 한 가정의 마음까지 치유해 주신 그 따뜻함을 오래도록 간직하겠습니다.”
세상의 시작점에서 생명을 걱정해야 했던 아기의 부모는 강릉아산병원 의료진에게 이같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강릉아산병원은 최근 베트남 국적 외국인 노동자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초극소 저체중 신생아를 건강하게 퇴원시켰다고 24일 밝혔다. 병원은 이와 함께 환아의 치료비 전액을 지원했다.
환아 쩐푹안 군은 2월 15일 임신 24주 만에 몸무게 585g으로 태어났다. 출생 체중이 2500g 미만이면 저체중, 1500g 미만은 극소 저체중, 1000g 미만은 초극소 저체중 신생아로 분류되며 쩐 군은 그중에서도 가장 고위험군에 속했다.
도현정 신생아중환자실 센터장은 “출생 당시 자가 호흡이 거의 없어 인공호흡기에 의존했으며 동맥관개존증, 패혈증, 기관지폐이형성증, 미숙아 망막병증 등 여러 합병증이 동반됐다”면서 “고위험 신생아 치료 체계가 갖춰진 병원에서도 생존율은 30%대에 불과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패혈증은 미숙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질환으로 사망률이 34%에 이를 정도로 위험하다. 초기 발견과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은 24시간 체제로 집중 치료에 나섰고 쩐 군은 위기를 하나씩 극복하며 기적처럼 건강을 되찾았다. 하지만 가족에게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국내에서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외국인 부모가 건강보험만으로는 장기 입원 치료비를 감당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강릉아산병원은 퇴원 후에도 경제적 부담 없이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아산사회복지재단의 ‘SOS 의료비 지원 사업’을 통해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당 사업은 국적, 나이,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생명 앞에서 모두가 동등하다는 철학 아래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강릉아산병원은 1996년 개원 이래 의료복지사업을 통해 총 13만 5143명에게 약 113억 원의 진료비를 지원해왔다. 이는 단순한 금전적 후원을 넘어 치료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희망’을 건네는 역할을 해왔다.
유창식 병원장은 “의료는 국경, 언어, 경제적 여건을 떠나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며 “앞으로도 치료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병원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릉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강원 영동권에서 유일하게 고위험 신생아를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관이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로 지정됐으며 매년 20명 내외의 초극소 저체중아를 치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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