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는 2024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날아든 낭보에 환호했다. 수자원공사가 ‘화성 인공지능(AI) 정수장’으로 ‘글로벌 등대상(Global Lighthouse Network Award)’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등대상 수상을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선도한다는 업체가 됐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수자원공사의 수상 배경은 화성 정수장의 기술력 덕분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약품주입량과 수질을 관리하는 해당 기술은 이르면 내년 국제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도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2010년 4월 앙갓댐 운영권을 확보하면서 필리핀 물 시장에 진출한 이후 해당 시장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앙갓댐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공급되는 수돗물의 약 98%를 담당하는 중요 시설이다.
특히 수자원 공사는 필리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필리핀 경제는 최근 10여년 동안 연 평균 5~7%씩 성장했지만이 과정에서 심각한 산업용수 부족, 하폐수 처리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무엇보다 상수도 보급률이 48%에 불과해 먹는 물이 부족했다.
수자원공사와 필리핀 정부는 이에 대한 해법을 앙갓댐에서 찾았다. 2015년 앙갓댐의 홍수 대응 능력을 키웠고 2020년 노후된 발전 설비를 모두 교체했다. 2020년 309억 원이던 수자원공사의 앙갓댐 운영 사업 매출액은 지난해 548억 원으로 77% 뛰었다.
수자원공사는 물 산업 진출 국내 업체 중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 11월 필리핀 환경·수자원장관은 수자원공사 측에 물관리 기술 협력을 요청했으며, 이에 수자원공사는 올 4월 필리핀 대통령실 산하기관인 기지전환개방청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외에도 수자원공사는 올 4월부터 필리핀을 비롯한 4개국에 의류 기부를 하는 등 물사업 수주를 위한 장기적 관계 설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물 시장은 팽창 중이다. 지난해 1411조 원에서 2029년 1654조 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의 물 시장을 주목한다. 1970~1980년대 건설된 미국의 상하수도 인프라는 수도관 파열이 심각하며, 파열로 쓸 수 없는 물의 양은 하루 약 2270만 톤이다. 미국은 전체 댐 중 약 85%는 수명을 다해 현대화가 시급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외에도 캄보디아는 가뭄과 홍수 피해가, 베트남은 산업화로 인해 각각 물 부족이 심각하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한국의 세계 물 시장 수출은 청신호가 켜졌다”며 “필리핀처럼 급성장하는 국가부터 수출 전진기지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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