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명 K뷰티 브랜드 대표와 한 컷 찍을 수 있을까요?”
최근 서울 도심 5성 호텔 스위트룸에 머물던 중동 재벌 3세가 총지배인에게 건넨 말 한마디가 호텔 업계를 뒤흔들었다. 관광·쇼핑 정보도 아니고 바로 ‘한국 뷰티 시장 진출을 위한 CEO 미팅’을 요청한 것이다. 외국인 초고액 자산가·기업인의 발걸음이 잦아진 탓일까. 국내 최고급 호텔들은 ‘숙박업소’라는 타이틀을 벗고 ‘맞춤형 라이프·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 중이다.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1~5월 방한 외국인은 721만 명. 코로나19 이전 최고치였던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5% 많다. 월평균 180만 명 꼴로 꾸준히 입국하면서 상반기 900만 명, 연간 2000만 명 돌파가 유력하다.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다. 이들이 원하는 서비스는 갈수록 고급·고도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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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례를 들여다보면 이렇다. 광화문 럭셔리 호텔 컨시어지팀은 매일 아침 9시, ‘오늘의 에이피알(278470) 디바이스 재고’를 체크한다. 품절이면 곧바로 백화점·플래그십 스토어에 전화해 “VIP 손님 1대 확보”를 부탁한다. 단순 구매 대행을 넘어 ‘퍼스널 컬러 진단·한국 뷰티 트렌드 투어’까지 예약해주는 날도 잦다.
이에 맞춰 대기업 계열 호텔은 ‘VIP 비즈니스 파트너 매칭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모기업 네트워크·로펌·스타트업 지원 플랫폼과 손잡고 고객이 원하는 산업군의 한국 기업인을 호텔 라운지로 초청하는 식이다. 과거엔 정부 기관이나 대형 로펌의 전유물이던 ‘인맥 중개’가 이제는 호텔 로비에서도 가능해진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컨시어지는 예전에 관광지·맛집 소개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예술·의료·투자까지 니즈에 따라 움직인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임원도 “단순 환대(hospitality)를 넘어 글로벌 고액 자산가와 실질적 연결고리를 만드는 게 차별화 포인트”라며 전문 인력 양성 및 외부 전문가 협업 확대 계획을 밝혔다. 호텔이 ‘숙박’을 넘어 ‘기회의 장소’로 변모하고 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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