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생산한 성인용 기저귀의 양이 지난해 처음으로 어린이용 제품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생·고령화가 이어지면서 어린이용 기저귀는 수요가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늘어 성인용 기저귀 수요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31일 공개한 ‘2024년 위생용품 생산실적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용 기저귀 국내 생산량은 전년 대비 4.8% 늘어난 5만 7806톤으로 같은 기간 10.3% 급감해 5만 3286톤에 그친 어린이용 기저귀 생산량을 넘어섰다. 성인용 기저귀 생산량이 어린이용 기저귀를 넘어선 것은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1년 전인 2023년에는 어린이용 기저귀 생산량이 5만 9436톤으로 성인용 5만 5174톤 보다 많았다.
어린이용 기저귀 생산량은 저출생 영향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생산량은 6년 전인 2019년보다 30.0%나 감소했다. 반면 고령화 추세로 성인용 기저귀는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 성인용 기저귀의 경우 2023년 이전 생산량은 갯수로 집계돼 무게로는 어린이용과 비교가 어렵지만, 전반적인 추이를 볼 때 최근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3년 성인용 기저귀 수입량은 2만 5518톤으로 2018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에는 성인용 기저귀 수입량이 2만 9328톤으로 아기 기저귀 수입량(2만 2181톤)을 추월했다. 식약처는 “저출생으로 인해 영·유아 인구가 감소하는 반면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장 변화는 위생용품 생산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유한킴벌리는 충주공장에서 운영 중인 생리대와 노인 기저귀 생산라인 8개 중 2개를 내년 6월까지 대전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력 제품인 아기 기저귀를 주로 생산해 온 대전공장의 생산라인을 줄이는 대신 성인용 위생용품 생산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기저귀를 포함해 세척제·위생물수건·일회용컵 등 전체 위생용품 시장 규모는 2조8716억원으로 전년대비 0.4%의 소폭 감소세를 보였다. 일회용 컵과 빨대의 공급량이 각각 14만9951톤, 9140톤으로 전년 대비 약 3.0%, 12.8% 감소했다. 최근 환경문제에 대한 국민의 인식변화에 따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 컵 등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의 영향으로 보인다. 반면 음식점 등에서 위생물수건 대용으로 쓰는 일회용 물티슈 생산액은 총 565억 원으로 전년대비 약 5.8% 증가했다. 세척·살균·소독 등 위생적 방법으로 처리·포장 한 후 재사용하는 위생물수건의 생산액은 84억 원으로 15.2%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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