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수도 도약을 위한 대규모 규제 개편에 착수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함께 ‘프로젝트 크립토’를 추진하기로 했다. 명확한 규제를 정립하고 혁신을 촉진해 가상자산 황금시대를 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캐롤라인 팜 CFTC 위원장은 1일(현지시간) “대통령 디지털자산시장 실무그룹(PWG)의 권고안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로 크립토 스프린트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규제 전면 개편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팜 위원장은 “CFTC는 미국을 세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지체 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30일 공개된 PWG의 166쪽 분량 보고서 ‘디지털 금융기술 분야에서의 미국 리더십 강화’를 반영한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가상자산을 미국이 주도해야 할 차세대 전략기술로 명시하고, 연방 규제기관들의 역할과 입법 방향을 제시했다.
PWG는 각 규제기관별 이행 권고안을 총 18건 제시했다. 이 중 2건은 CFTC에 단독으로 부여된 과제다. CFTC의 핵심 과제로는 △가상자산의 상품성 판단 기준과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에 대한 등록 요건 마련 △블록체인 기반 파생상품 수용을 위한 규정 개정 검토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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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 스프린트의 일환으로 CFTC는 SEC와 손잡고 ‘프로젝트 크립토’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그간 가상자산 관할권을 놓고 경쟁해온 양 기관이 이번에는 공조 체제로 전환한 셈이다.
프로젝트 크립토는 폴 앳킨스 SEC 위원장과 헤스터 피어스 위원이 주도하는 가상자산 규제 개편 프로그램이다. 피어스 위원은 ‘크립토 맘’으로 불릴 정도로 가상자산 친화적 입장을 견지해 온 인물이다.
프로젝트 크립토의 핵심 목표는 가상자산 시장 제도권 편입을 위한 온체인 전환과 규제 명확성 확보다. 온체인 전환이란 전통 금융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이식하는 것을 뜻한다. 디파이, 토큰화 증권 등이 대표적 사례다.
SEC는 이를 위해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을 정립하고, 관련 공시·면제·거래 규칙을 전면 재정비할 계획이다. 아울러 일정 요건을 충족한 서비스에 대해 기존 증권법 적용 없이 제한적 영업을 허용하는 혁신 면제 제도(innovation exemption)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 제도는 스테이킹, 디파이, 토큰화 증권 등 기존 제도와 충돌해 온 서비스에 폭넓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내가 이끄는 SEC는 천편일률적 규제로 기업가들을 억누르기보다, 미국의 건설자(builders)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온체인 시스템을 미국 증권시장에 본격 이식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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