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특별검사팀(특별검사 이명현)이 채상병 사망 사건이 해병대 수사단에서 이첩되기 전 대통령실·경찰이 수 차례 통화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팀은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기 이전에 양측이 연락하는 등 교감이 있었다는 점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이른바 ‘사전 구명 작업’이 이뤄진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대통령실 관계자가 최주원 전 경북경찰청장(치안감·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장)과 수 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최 치안감은 채상병 사망 사건 당시 경북경찰청장을 지낸 인물이다. 통화가 이뤄진 시기는 2023년 8월 2일 채상병 사망 사건 최초 수사 기록이 해병대 수사단에서 이첩되기 전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사건이 경찰로 넘어온 이후에도 대통령실과 최 치안감이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은 통화 내역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또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창구 가운데 하나로 의심 받고 있는 극동 방송 측 관계자들이 최 치안감과 꾸준히 통화한 기록도 확인했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지난 달 18일 극동방송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당시 브리핑에서 “임 전 사단장과 그 주변 인물에서 시작해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 주변 인물로 여러 경로를 통해 구명 로비가 연결된 정황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 등에 대한 포렌식 작업이 마무리 단계라고 알려진 만큼 특검팀이 조만간 관련자들을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건 대통령실·최 치안감 사이 통화가 이뤄진 시기다. 양측 간 연락을 주고 받은 게 이른바 ‘VIP 격노’ 이후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사건 초동 수사 기록이 경북경찰청에 이첩됐다가 다시 국방부 검찰단으로 회수되는 데 영향을 줬을 수 있기 때문이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한 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게 골자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 김태효 전 안보실 차장, 이충면·임기훈·왕윤종 비서관 등까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인정한 바 있다. VIP 격노 이후 이틀 뒤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기록은 경북경찰청에 이첩됐는데, 이후 국방부 검찰단이 이를 회수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