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 수출을 경험한 국내 기업 10곳 중 8곳이 향후 시장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2일 발표한 ‘한·러 교역구조 변화와 향후 수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출을 중단한 국내 기업(528개사)의 79.2%가 향후 러시아 시장 재진출에 긍정적인 의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재개를 희망하는 기업들은 ‘러시아 시장 회복 가능성’과 ‘기존 바이어의 요청 또는 관계 유지’를 수출 재개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러 수출은 2021년 100억 달러(약 13조 원)로 정점을 찍었으나 전쟁과 국제 사회의 제재 영향으로 지난해에는 45억 3000만 달러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수출기업 수 역시 4003개사에서 1861개사로 크게 줄었다. 국제 사회의 제재로 전략물자는 물론 일부 비전략물자까지 수출이 제한돼 상황 허가 수출통제 품목 수가 1431개까지 늘어난 영향이다. 또 결제·통관·지적재산권·관세 등의 러시아 측 조치로 교역 환경이 추가적으로 악화됐다.
대러 수출 중단 업체들은 러시아에 특화된 제품 특성과 정보 부족 때문에 대체 시장 발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러시아 수출을 중단한 기업 중 다른 국가에 진출한 비율은 37.2%에 그쳤다. 다만 러시아 시장 회복 가능성에 대해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인 51.8%가 ‘긍정적’이라고 답하며 불확실성만 해소된다면 러시아가 다시 유효한 전략시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은 러시아 수출 재개의 우려점으로 ‘결제 및 환율 리스크’(69.9%·복수 응답), ‘물류 및 운송환경’(44.6%), ‘지정학적 불안정성’(43.2%) 등을 지적하며 해당 요인들의 해소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 지원을 요청했다. 업계는 필요한 지원책으로 ‘제재 관련 정보 제공’(37.5%)을 가장 많이 꼽았고 ‘금융 및 수출보험’(22.9%), ‘물류·통관 지원’(18.9%) 등 현장 애로 해소 수요도 높았다.
유서경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전후 복원 수요와 인접 시장과의 연계 가능성을 감안하면 러시아는 놓쳐서는 안 될 시장”이라고 평가하며 “복원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교역 재개 로드맵을 수립하는 한편 민관의 전략적 역할 분담과 협력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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