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 하남시 감일동 행정복지센터 앞 한 남성이 “동서울변전소가 이렇게 바뀝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민들이 지나는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동서울변전소 증설·옥내화 사업을 마치면 오히려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팻말을 든 주인공은 한국전력공사 초고압직류송전(HVDC) 건설본부 직원이었다. 하남시의 정책 지연으로 동서울변전소 증설·옥내화 작업이 늦어지자 한전 직원들이 돌아가며 1인 시위에 나선 것이다. 올해 4월 16일 첫 시작한 한전의 1인 시위는 이날로 119일째 이어졌다. 이날 시위에 나선 장현세 한전 대리는 “전력망 확충이 시급한데도 지자체와 일부 주민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동서울변전소는 동해안~수도권 HVDC 송전망의 핵심 구간이다.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은 강원도 동해안의 화력·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약 280㎞ 길이의 송전선을 통해 경기도로 보내는 사업이다. 수도권 지역 주민들은 물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가 기반 산업 시설에 전기를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문제는 지자체의 반대에 부딪혀 공사는 시작조차 못했다는 점이다. 당초 한전은 동해안~수도권 HVDC 송전망 구축을 위해 2026년 6월까지 동서울변전소 증설·옥내화 작업을 마칠 계획이었다.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하려면 지난해 5월께 공사를 시작했어야 했지만 하남시가 허가를 내주지 않아 사업은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행정심판위원회는 한전의 사업을 막지 말라는 판정을 내렸지만 하남시는 주민 수용성이 부족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행정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한전은 동서울변전소 건설 지연에 따라 추가로 발생하는 전력 구입 비용이 연간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전은 이미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위한 자리는 여러 차례 마련했을 뿐 아니라 하남시를 위한 상생안도 충분히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미 한전은 철탑을 줄이고 녹지를 늘리는 것은 물론 아니라 변전소 외관을 세련되게 다듬는 경관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며 “또 증설된 변전소에는 한전 동서울 지사와 설비 관련 기업을 유치해 지역 경제에도 기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동서울발전소 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전력 설비가 지어지는 곳마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당초 2012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했던 북당진~신탕정 345㎸ 송전선 건설 사업의 경우 주민 민원으로 입지 선정이 미뤄지면서 150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에야 공사가 마무리됐다. 시흥과 송도 사이를 연결하는 345㎸ 송전선 건설 사업에서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부지 제공 지연과 시흥시의 도로·공원 점용 인허가 취소 등으로 사업이 66개월 밀렸다. 당진화력~신송산 345㎸ 전력망 건설 사업도 당초 계획보다 90개월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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